하느님께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시려고 우리에게 한 아기를 보내셨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갓난아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엄마가 품어 안고 보살펴 주지 않으면 아기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아드님을 보내시면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아무 힘 없고, 한 순간이라도 사랑받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아기의 존재 안에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감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문하고, 묵상해 봐야 합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힘없고 약한 아기를 보내셨을까?’ 여기에 대한 묵상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심오한 구원 계획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기는 전적으로 엄마 혹은 다른 누군가의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그 사랑의 손길이 한 순간이라도 끊어지면 아기는 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대로 그 아기는 이미 자신 안에 생명을 지니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명의 유지를 다른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아기의 모습으로 구세주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렇게 약한 아기는 약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킵니다. 한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그 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세상 고통에 찌들어 고생하다가도 방긋이 웃고 있는, 때로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보면서 우리는 그 모든 고통들을 싹 잊어버립니다. 아기를 바라볼 때 우리는 또 하나의 아기가 됩니다. 우리는 그 순간 우리의 존재 안에 있는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아기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신 분입니다. 그분의 구원 계획은 결국 사랑이신 당신을 닮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며 사는 것이고, 당신의 사랑을 아는 것입니다. 이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한 아기를 우리에게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 아기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오셨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아기 예수님은 우리 마음의 어둠을 비추시는 빛으로 우리 안에 계십니다. 그 빛이 우리 마음의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왜 우리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기 예수님께서 내 마음 안에 오셔서 나를 비추고 계시는데, 왜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물음이야말로 우리가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를 지내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던져야 할 물음이며, 사실은 아기 예수님이 나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오셨지만, 내 안에 참된 기쁨과 평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던져야 할 물음입니다.

 

 이천년 전 아기 예수님은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허름한 마구간에서, 말의 밥통인 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그분은 그런 곳에서 태어나실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이 철저히 낮아지고 가난해질 때 비로소 우리 안에 오시는 그분을 맞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만큼 가난해지고, 오직 예수님만 바라볼 만큼 내 마음속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을 내다 버릴 때 우리는 내 마음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