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는 오늘 복음 말씀의 ‘빛’에 관하여 이렇게 설명합니다. “흰옷은 세례 받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다’는 것과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였음을 상징합니다. 부활초에서 불을 붙인 촛불은 그리스도께서 새 교우를 비추셨음을 의미합니다. 세례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이 됩니다. 새로 세례 받은 사람은 이제 하느님의 외아들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하느님 자녀들의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1243항)

 고대 교회에서는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을 때 실제로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이때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예전의 나는 죽는다는 의미를 지니며, 다시 나오는 것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물속으로 들어가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난 사람에게 사제는 흰 옷을 입혀 주었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의 설명대로 이제 그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에서 생명으로 부활하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어서 사제는 부활초에서 불을 붙인 촛불을 신영세자에게 건네줍니다. 이제 그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신영세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 자녀들의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됩니다.

  익명의 어느 교부는 오늘 복음의 등불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빛이 되려면 등불인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교부가 시편 119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우리가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면 할수록 그 말씀이 우리를 깊은 영적 체험으로, 하느님 체험으로, 그리고 온갖 두려움과 피상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구원 체험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성경 말씀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비록 그 말씀이 낯설고 어렵더라도 그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이 내 안에 스며들게 하면 그 말씀이 내 안에서 치유와 해방과 구원을 일으킵니다. 그때 우리는 나 자신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끼게 됩니다. 내 안이 더 밝아지고 더 넓어지고 더 희망차게 됩니다.

 하느님 말씀의 빛이 여러분의 마음을 밝게 비추어서 여러분 안에 있는 빛을 보게 되기를, 또 여러분 안에 환히 빛나고 여러분을 하느님께 잠겨 들게 하는 거룩한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 거룩한 빛 안에서 온전히 나 자신이 되고 ‘나’ 라는 존재의 존귀함과 소중함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