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의 집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아무에게도 불경하게 되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고, 어느 누구에게도 죄를 지으라고 허락하신 적이 없다.”(집회 15,20) 이 말씀 그대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죄를 지으라고 허락하신 적이 없습니다. 죄는 내가 나의 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죄’에 대해서 집중해 보고자 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죄란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르는 잘못입니다. 죄는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죄는 인간의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의 연대성을 해칩니다. 죄는 영원한 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이라고 정의되어 왔습니다.”(1849항)

 교리서의 정의대로 죄는 우리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를 때 발생합니다. 또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하여 비뚤어진 애착을 지닐 때에도 발생합니다. 또한 죄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그런 욕망을 품을 때 발생합니다. 그러한 죄의 결과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우리의 연대성을 해치게 됩니다.

 이렇게 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죄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죄는 하느님을 업신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입니다.”(『신국론』 14,28) 이 정의에 따르면, 죄는 하느님보다 자기 자신을 높이는 것이므로 교만이며, 우리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의 자기 낮춤과 순명에 반대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우리가 짓는 죄의 무게에 따라 죽을 죄인 대죄와, 용서받을 죄인 소죄로 구분합니다. 대죄는 하느님의 법을 크게 어겨서 인간의 마음에 있는 사랑을 파괴합니다. 죽을 죄는, 인간이, 하느님보다 못한 것을 하느님보다 낫게 여김으로써 그의 최종 목적이며 행복이신 하느님께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소죄는 사랑을 어기고 해치기는 하지만, 사랑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대죄와 소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의 의지가 우리를, 최종 목적인 하느님을 향하도록 하는 사랑에 근본적으로 반대되는 것을 향해 나아갈 때, 죄는 하느님 모독이나 거짓 맹세와 같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살인이나 간음같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간에, 그 대상 자체를 통해 대죄가 됩니다. 반면에 우리의 의지가, 쓸데없는 말이라든가 비웃음 따위와 같이 그 자체로 무질서를 내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에 어긋나지는 않을 때, 그런 죄는 소죄입니다.”(『신학대전』1-2, q. 88, a. 2, c)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세례성사로 원죄가 없어진 이후에도 우리가 짓게 되는 본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고해성사가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고해성사 안에서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아 그분과 멀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고 희망입니다. 죄는 우리를 넘어지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지만, 고해성사는 그런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우리가 여전히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