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거룩한 사람이 된다는 것, 혹은 거룩하게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하느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조금은 힘들고 어려운 숙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당연히 거룩한 분이시지만, 우리가 어떻게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물음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올라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3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Angelus때 하셨던 말씀의 한 부분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성인들은 하느님의 친구들입니다. 성인들은 초인도 아니었고,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그분들의 삶을 변화시켰을까요? 그분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았을 때, 어떤 조건이나 가식 없이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따랐고,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데 그들의 삶을 바쳤습니다. 성인들은 남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성인들은 마음속에 기쁨을 지니고,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을 결코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섬기는 것, 또 기쁨 안에서 기도하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거룩함의 길입니다.”

 교황님의 이 말씀에서 제 마음속에 가장 깊이 와 닿은 단어는 바로 ‘기쁨’이었습니다. ‘기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을 따로 떼어보면 이렇습니다. ‘마음속에 기쁨을 지니는 것avere la gioia nel cuore’,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주는 것trasmettere la gioia agli altri’, ‘기쁨 안에서 기도하며 사는 것pregare e vivere nella gioia’. 제 마음에 와 닿은 대로 교황님의 말씀을 요약해보면, 이 세 가지가 바로 거룩함의 길이 됩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기쁨은 일반적인 의미의 기쁨과는 분명 다른 뜻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이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일 것입니다. 제가 로마 유학 중일 때, 교황님이 나폴리를 방문하신 적이 있었는데, 당신은 80년 인생 동안 항상 기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언제나 성실하시기 때문입니다.Dio é sempre fedele a me.”

 저는 교황님의 이 말씀에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황님의 기쁨의 이유가 너무 단순해서였다기보다는, 제가 로마 유학생활 안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놀라운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씀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계속 묵상하다가 나름의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부족하고 죄 많고 계속 넘어지는 나를 한결같이 끝까지 믿어 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사랑해 주신다는 확신, 이것이 바로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기쁨의 이유가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이런 확신으로 기쁘게 살 때 우리가 거룩해질 것이고, 교황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깨달은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기쁨이나 일시적인 감정의 기쁨이 아닌, 하느님의 성실함으로부터 오는 기쁨을 우리 모두가 참으로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