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라지의 비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십니다. 성경 전체에서 유일하게 오늘 복음에만 등장하는 ‘가라지’는 독보리의 일종으로 생김새가 밀이나 보리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독초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일반 밀이나 보리 이삭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밀, 보리와 달리 가라지는 독이 있기에 사람이 먹으면 탈이 납니다. 잡초는 사람이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는 것처럼 예수님 시대에도 밀밭에 흔히 가라지가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초세기 교부들은 가라지의 비유 이야기를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분열, 다툼, 불화, 불일치로 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3세기 교부 치프리아노 성인은 그의 편지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가라지가 있습니다.”(「서간」 54,3) 성인의 말대로 교회 안에 가라지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그때나 지금 이 시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보면 예수님 시대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가라지는 있어 왔습니다.

 예수님 시대 이후에도 교회 안에 가라지는 끊임없이 있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첫 번째 편지를 보내면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클로에 집안 사람들이 나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 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1코린 1,10-13)

 이런 식으로 이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교회 안에는 언제나 가라지가 있어 왔고, 지금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가라지인지를 우리가 판단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오늘 예수님 말씀의 핵심입니다. 유다도 원래는 가라지가 아니었고, 다른 제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의 배신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 코린토 교회의 분열도 처음부터 몇몇 사람들이 의도해서 일으킨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가라지가 되었다가도 또 다른 사람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가운데는 그 누구도 ‘이 사람이 가라지다.’, 혹은 ‘저 사람이 가라지다.’ 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부 가운데 4세기 밀레비의 옵타투스 라는 주교님이 오늘 예수님의 비유를 아주 명쾌하게 해설하였습니다. “밭의 유일한 주인은 주 하느님 한 분이십니다. 땅도 그분의 것이고 좋은 씨앗도 주님의 것이며 비도 그분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함께 하나인 밭[교회]에서 태어나, 똑같은 비, 곧 하나인 세례로 자라난 사람이 비록 죄인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를 갈라놓거나 솎아낼 권한이 없습니다. 밀에서 가라지를 갈라놓는 일은 사도들에게조차 금지되었던 것입니다(마태 13,29).

 그리스도께서는 온 세상에 퍼져있는 당신의 밭인 하나인 교회에서 당신의 씨앗이 다른 자의 씨앗과 함께 자라게 내버려 두라고 명하셨습니다. 씨앗이 함께 자라나 영글면 심판날, 곧 영혼의 추수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에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심판관으로 앉으실 터인데, 그분께서는 당신께 속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른 자의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십니다. 곳간에 모아들일 사람과 불 속에 던져질 자를 고르는 것은 그분만의 권한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의 심판 권한을 제 것인 양 행세해서는 안 됩니다.”(「참된 교회」 VII,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