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는데 그들 앞에서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나고 예수님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고 합니다.(마태 17,1-2 참조) 베드로는 이 놀라운 사건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2독서에서 성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과 재림을 알려 줄 때, 교묘하게 꾸며 낸 신화를 따라 한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위대함을 목격한 자로서 그리한 것입니다. 그분은 정녕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영예와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존귀한 영광의 하느님에게서, ‘이는 내 아들,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하는 소리가 그분께 들려왔을 때의 일입니다. 우리도 그 거룩한 산에서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2베드 1,16-18)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에서 베드로는 하늘에서 들려온 하느님의 음성을 그대로 ‘들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요한은 예수님의 얼굴과 옷이 빛나는 변모 그 자체를 ‘본’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그의 복음서 첫머리에 주저 없이 이렇게 기록합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9.14)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두고 ‘빛’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오직 요한만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 복음서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2,46)

사도 바오로는 비록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비추어라.’ 하고 이르신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비추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2코린 4,6)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 역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느님, 그리고 하느님과 똑같으신 아들 예수님만이 빛을 창조하신 분이시기에 빛나는 영광을 지니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마태오 복음서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5)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착한 행실을 통하여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스스로 빛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존재와 삶이 빛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빛나는 삶을 살아 아름다운 존재가 된 사람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우리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그러했고 또 교회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