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두려움이나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종종 “용기를 내어라.”고 말씀하시며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셨는데 지금 두려움과 겁에 질려 있는 제자들에게도 이 말씀을 하심으로써 그들을 진정시키십니다.

그리고 “나다.”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전형적인 표현인데 이것은 탈출기 3장 14절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실 때 사용하셨던 표현과 똑같은 표현입니다. 오천 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고 물 위를 걸으시는 초자연적 행동을 통해 신적인 능력을 드러내 보이신 예수님께서 바로 당신 자신이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심을 이 표현을 통해서 드러내고 계시는 것입니다.

호수 위를 걸어오는 사람이 유령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달은 베드로가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오라고 하시자 베드로로 호수 위를 걸어 예수님께로 다가갑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져서 물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베드로를 붙잡으시고 베드로의 약한 믿음을 꾸짖으십니다. 그러고 나서 베드로와 함께 배에 오르시자 풍랑마저 그치고 잔잔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을 본 제자들이 모두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오천 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에 뒤이어서 호수 위를 걸으시고 풍랑마저 예수님께 순종하는 것을 보면서 제자들은 예수님이 그저 뛰어난 랍비 정도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깨닫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오천 명의 군중을 먹이시고 호수 위를 걸어오신 것은 의도적으로 당신의 신적인 능력을 보여주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조금씩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우리와 똑같이 연약한 인간이었기에 이런 놀라운 기적들을 보면서도 끝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붙잡히시자 모두 예수님을 배신하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런 놀라운 기적들도 인간적인 약함과 두려움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도 제자들과 비슷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인간적인 두려움과 시련들 앞에서는 여지없이 신앙을 저버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굳게 믿고 놀라운 기적에 동참했다가도 한순간의 인간적인 약함과 두려움으로 인해 믿음을 잃어버리고 무너지고 마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은 우리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약한지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유혹에 넘어지고 믿음이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그런 우리들을 끊임없이 격려해 주시며 힘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는 그런 예수님을 믿고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서야 하겠습니다. 인간적인 두려움들을 떨쳐버리고 오직 예수님만을 믿고 다시 일어설 때 우리가 하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