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십니다. 베드로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라는 엄청난 말씀까지 하십니다. 우리가 얼핏 보기에 오늘 이 사건은 베드로가 아주 우연히 대답 한 번 잘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엄청나게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께서 다 미리 계획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뽑으실 때 제일 먼저 불렀던 제자도 베드로였고 유일하게 이름을 새롭게 지어 준 제자도 베드로였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이처럼 놀랍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계속 이루어갈 교회를 세우는 데 있어 그 반석으로 베드로를 뽑으실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베드로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는 가난하고 무식한 어부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볼 때 베드로는 교회의 반석이 될 만한 인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교회를 이루어가기 위한 주춧돌로 베드로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성경 전체를 통해서 볼 때도 하느님의 선택과 계획은 늘 우리의 기준을 빗나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70살이 된 할아버지 아브라함을 이스라엘 민족과 모든 믿는 사람들의 조상이 되게 하고자 선택하셨고 이집트 사람을 때려죽여 살인죄를 저지른 모세를 80살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이집트로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셨습니다.

아내를 여러 명 데리고 있으면서도 부하 장수의 아내와 동침하여 간음죄를 저지르고 그 부하 장수를 죽여 살인죄까지 저지른 다윗의 가문에서 외아들 예수님이 탄생하도록 섭리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시골 처녀 마리아를 선택하셔서 예수님을 동정으로 잉태하고 낳도록 하셨고 그리스도교를 지독히 박해하던 바오로를 그리스도교를 온 세상에 전파하는 사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앉아 있는 것도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에 의한 것임을 우리가 깨닫게 될 때 우리도 바오로의 이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힘 있고 가진 것이 많고 능력이 많고 잘난 사람이 하느님의 도구로 뽑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힘 없고 가진 것 없고 능력도 없고 부족한 사람들을 뽑아서 당신의 도구로 쓰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오늘 복음과 성경 전체가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 같은 죄인이 어떻게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가!’라는 마음이 아니라 ‘나 같은 죄인도 불러주시고 선택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늘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