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이 들려주신 비유 이야기는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나뿐인 아들 예수님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내셨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 버렸습니다. 이 비유 이야기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이었지만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을 힘들게 만들고 자기들만이 구원받으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야기를 끝내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예수님이 인용하신 성경 말씀은 시편 118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집을 짓는 사람들이 내버리는 돌은 집을 짓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에 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돌이 집을 짓는 데 가장 중요한 머릿돌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이루신 일이기에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도구로 뽑아 쓰시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도 시편 저자와 똑같은 고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일흔 살이 된 할아버지 아브라함을 불러 믿는 이들의 조상으로 뽑으셨고 이집트 사람들 때려 죽였던 살인자 모세를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킬 인도자로 뽑으셨습니다. 또 간음에 살인죄까지 저지른 다윗의 집안에서 예수님이 태어나게 하셨고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한 시골 처녀 마리아를 어머니로 선택하셔서 동정으로 잉태하고 낳게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하느님과 똑같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당시 똑똑하고 잘나가던 바리사이들이나 수석 사제들, 율법 학자들은 모두 제쳐 두고 가난하고 무식한 어부들과 세리, 열혈 당원 등 정말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뽑으셔서 당신의 복음을 전할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일들을 당신의 방식대로 하신다는 것을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나라도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철저히 무시하고 멀리했던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 것입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불러주시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하신 것도 우리가 똑똑하거나 잘나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부족하고 하느님 없이 살아갈 수가 없는 우리들이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교회로 불러 모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의 사랑의 선택에 감사드리면서 늘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바로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런 우리를 하느님께서 모퉁이의 머릿돌로 삼으셨다는 놀라운 사실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