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에게는 율법의 계명이 무려 613가지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민중들은 이 많은 계명들을 다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율법 학자들 안에서도 이 많은 계명들 중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으뜸인지를 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의 명쾌한 답변으로 이 수많은 율법의 계명들 중 으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이 두 계명을 가리켜 ‘사랑의 이중 계명’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으뜸가는 계명으로 이 두 가지를 함께 말씀하신 것은 이 두 계명이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계명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가 없고, 반대로 이웃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구약 뿐만 아니라 신약까지 통틀어 성경 전체의 핵심은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사랑은 의무적이거나 강제성을 갖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있어 다른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 사람을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 없으며, 강요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사람을 그 강요에 의해 사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두 계명은 ‘사랑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사랑은 그냥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만 하는 강제성을 지닌 사랑입니다.

그것도 그냥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있는데, 우리의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또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해 본 적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서 신앙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계명도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는 으뜸 계명에는 비길 수가 없습니다.

또 여러분은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나’와 ‘너’는 분명히 구별되는 다른 사람이며, ‘너’를 ‘나’ 자신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웃이라는 개념도 우리는 쉽게 내 주위의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에 한정시키는데, 이것은 구약의 유대인들이 생각했던 이웃의 범위와 같습니다.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말씀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서 이웃의 범위를 모든 사람으로 확대시키셨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것은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일 미사를 참례하고, 성당 활동을 하는 그 모든 신앙생활은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라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도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를 진정한 신앙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신앙도 결국 헛것이 됩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만이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하느님과 이웃을 참으로 알게 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과 이웃을 온 맘과 정성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