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교황 즉위 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문을 여십시오. 참으로 그리스도께 활짝 문을 여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내부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고 계십니다. 오로지 그분만이 아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흔히 자신들의 내부에, 가슴속에, 영혼의 가장 깊숙한 심층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릅니다. 너무 흔히 사람들은 이 지상 생활의 의미를 분명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갖 회의에 휩싸여 절망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있는 인간에게 말씀하시도록 하십시오. 홀로 그분만이 생명의 말씀을,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라”는 교황님의 첫 외침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외침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안에 울려 퍼져야 할 외침입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많은 신자들이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지 않거나 열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교황님의 말씀대로 지금도 “사람들은 온갖 회의에 휩싸여 절망에 빠져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십니다! 이 단순하고도 심오한 진리를 교회는 인간에게 선포해야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말과 생활로 이 진리를 소리 높이 선포할 수 있고 선포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세상에 오셨습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

교황님의 말씀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먼저 우리가 이 진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도 많은 신자들이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과 확신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신앙생활의 의미와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그것은 열정 없는 신앙생활이나 냉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물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는 식물들에게 각기 그 종류에 따라 열매를 맺으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의 살아 있는 나무들인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각기 자신의 특성과 소명에 따라 신심의 열매를 맺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신사와 노동자, 하인과 군주, 과부와 처녀, 기혼 부인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신심을 실천해야 합니다.”(『신심 생활 입문』 1,3)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각자의 특성과 소명에 따라 고유한 신심을 실천하여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고유한 신심이 있고 그것을 잘 찾아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여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묵주기도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그 기도를 통해 열매를 맺고 성체조배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그 시간을 통해 열매를 맺으며 찬양이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그 찬양을 통해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맞는 신심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것을 찾은 분들은 열심히 그 신심을 실천하여 열매를 맺는 것이 그 다음 과제입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고유한 신심을 찾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과 도우심을 청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