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전례력으로 우리는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이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을 항상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에 예수님께서 왕으로 다시 오셔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심판하신다는 것이 우리 교회의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마태오 복음 25장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한 해의 마지막 주일에 꼭 듣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이들은 누구입니까? 흔히 우리는 작은 이들이라고 하면 아픈 사람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그때 길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 돈을 줬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몸과 마음이 아프고 병이 들고, 장애를 지니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작은 이들입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병이 없고, 장애가 없고, 가난하지 않고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큰 사람들입니까? 아닙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때로는 몸과 마음이 아프고, 병이 들고, 죄와 잘못을 반복하고, 상처를 주고받고, 실수하고, 소외되고, 눈물을 흘리는 그런 약하고 부족한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고, 그렇다면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해당이 됩니다.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이든,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나와 맞지 않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든 간에 관계 없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그 모든 사람들이 바로 작은 사람들이고, 오늘 나에게 오신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럴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만으로 끝나버릴 문제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매일 내 남편의 모습으로, 내 아내의 모습으로, 내 자녀의 모습으로, 내 친구의 모습으로, 내 직장 동료의 모습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에게 오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살아간다면, 우리도 오늘 복음의 왼쪽에 선 사람들처럼, 우리가 언제 주님께 그렇게 해드리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그 순간 그 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최후의 심판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여기서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가 누구든 간에 그는 나에게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이고, 내가 사랑을 주어야 할 사람이며, 지금 나에게 오신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오신 예수님을 그 순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오늘밤 예수님이 나를 불러 가신다면 내가 예수님 앞에서 왼쪽에 서게 될 지, 오른쪽에 서게 될 지도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