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가 예고했듯이, 심판받으실 때 주님께서는 침묵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심판받으실 때는 침묵하셨지만, 심판 때에는 침묵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듣는 사람이 있는 한 침묵하지 않으십니다. 지금 주님의 목소리를 경멸하는 자들마저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게 될 그때, 주님은 침묵하지 않으실 것입니다.”(『설교집』 18,1)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님의 재림과 심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마태오 복음서 25,31-46에서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 때에 당신이 우리를 어떻게 심판하실지 아주 상세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심판 때에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은 죄들을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지은 죄들이 너무 많기에 주님께서 우리 죄들을 물으신다면 심판은 끝도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최후의 심판 때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심판하실 기준은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힘겨운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주었느냐’가 바로 그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권고 『복음의 기쁨』 197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가난하게 되실’(2코린 8,9) 정도로 하느님의 마음속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구원 역사 전체는 가난한 이들의 존재를 특징으로 합니다. 구원은 거대한 제국의 변두리 작은 마을에 사는 보잘것없는 처녀가 말한 ‘예’를 통하여 우리에게 왔습니다.

 

구세주께서는 가난한 집의 아기들처럼 가축들 가운데에서 태어나 구유 안에 누워 계셨습니다. 어린양을 장만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이 제물로 바치는 산비둘기 두 마리와 함께, 구세주께서는 성전에 봉헌되셨습니다.(루카 2,24; 레위 5,7 참조) 또한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라나셨고 손수 노동하여 양식을 마련하셨습니다. 구세주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셨을 때, 가진 것 없는 무리가 그분을 따랐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루카 4,18)라고 그분께서 친히 말씀하신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분께서는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하시며,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과 가난에 짓눌린 이들에게 하느님 마음속에 그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확신시켜 주셨습니다. 구세주께서는 그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다.’(마태 25,35) 그리고 이 모든 가난한 이에게 베푸는 자비가 천국의 열쇠라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25,35 이하 참조)”

 

사도 성 요한은 그의 첫 번째 편지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