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전례력으로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대림 시기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의 4주간을 말하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또한 종말에 오실 예수님을 묵상하며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림 시기는 예수님의 ‘첫 번째 오심’인 성탄절과 ‘두 번째 오심’인 종말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림 시기에는 ‘대영광송’은 노래하지 않지만 ‘알렐루야’는 노래합니다. 회개와 보속의 시기지만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왠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우리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만남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은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하물며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데, 우리 마음이 기쁘고 설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오심을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대림 4주 동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를 합니다.

사제가 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 중에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는 것도 우리가 조용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기 위한 회개와 보속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대영광송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시는 바로 그날에 장엄하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 동안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성탄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성탄절이 와도 큰 기쁨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 대림 시기를 보내느냐에 따라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고, 그저 하나의 행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아기 예수님이 오신다는데, 내가 오시는 그분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거창한 계획이나 작심삼일의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 대림시기를 시작으로 우리 교회는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가르쳐 주고, 우리 영혼에 힘을 북돋아 주며, 우리 공동체 안에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자신도 변화시키며,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점점 더 하느님의 뜻에 맞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 결국 하느님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믿음은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어떤 사람을 충분히 알고 나서 그 사람을 믿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그냥 덥석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 전혀 모르면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주일 미사를 매주 온다고 해서 하느님을 다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믿음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 말씀 안에서 내가 진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우리를,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진정 체험해야 비로소 그분을 믿을 수 있습니다. 남이 나에게 아무리 하느님의 사랑을 말한다 하더라도 내가 체험하지 못한다면, 그 말은 전혀 내 마음에 와 닿지 못합니다. 복음화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내가 성경을 읽고 그 말씀 안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끼고,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