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념합니다. 요한의 세례는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였습니다. 또한 요한의 세례는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세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예수님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바로 오시기로 약속된 구세주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직접 요한을 찾아가셔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천지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시고, 이 세상에 내려오신 것 자체가 놀라운 기적이고 신비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신이 직접 강아지가 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조물주이셨지만,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피조물인 우리와 똑같이 되셨습니다.

이것을 사도 바오로가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예수님은 우리와 그저 똑같이 된 것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죄인인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세례까지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죄가 없으셨기에 우리와 똑같은 죄인이 되실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죄를 씻는 세례를 당신도 받으심으로써 우리는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들 편에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 한 번의 놀라운 기적이고 신비입니다.

요한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러 오셨을 때,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마태 4,14) 라고 말하며 예수님을 말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 3,15)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야 요한은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여 예수님께 세례를 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대로 행동하시는 아들 예수님을 보시며 얼마나 마음이 흐뭇하셨을까요? 그래서 하느님은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정말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이었습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두 전적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시면서 얼마나 하느님 아버지께 충실했는지를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들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우리 모두는 세례를 받고 하느님과 외아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죄로 멸망할 운명에서 벗어나 영원하신 하느님과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영원하신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을 믿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