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 중에는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의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이 복음 구절은 사순 1주일 복음말씀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항상 읽게 되는 대목입니다.  저희가 생활 중에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유혹들 세가지, 즉 굶주림으로 얘기되는 본능, 권세에 대한 명예, 그리고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런 유혹들을 이겨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오늘 강론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신자 분 중에 바오로 형제님이라고 매번 새벽미사만 오시고 미사에 참석하셔서도 미사가 마치면 인사만 꾸벅 하시고 급히 집에 돌아가시던 신자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성당에 부임한지 한참이 지나서 얼굴도 낯이 익고 뵌 적은 많이 있지만 얘기 한번 나누어 본적 없는 그런 신자 분이셨습니다. 이분은 동네에서 작은 중국집을 경영하시던 분이셨는데 주일엔 일이 너무 바쁘셔서 도저히 낮 미사는 엄두도 못 낸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전 그 성당에서 다른 성당으로 옮기게 되었고 한참 후에 이 형제 분께서 중국집을 폐업하시고 돼지 국밥 집을 새로 열게 되셨다는 소식에 성당에서 같이 생활하던 청년회원들과 한번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작지만 장사가 잘 되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에 별일 없을 것 같아 보이던 중국집을 왜 닫으셨는지 자연스럽게 여쭙게 되었습니다. 형제님께서는 언제부터인가 매일 새벽미사만 다니는 자신의 신앙의 어떤 한계를 느끼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주일 하루만 주님께서 명하신대로 낮미사를 제대로 봉헌하시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어서 많은 고민끝에 돼지국밥집을 여시고 주일에는 사람을 쓰고 낮 미사를 봉헌하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거기다가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본당신부님께서 명하신대로 나중엔 평일날 영업을 24시간으로 조정하시고 일요일은 쉬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무의탁 노인들께 자장면도 대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도우셨는지 이모든 불가능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사업 또한 번창하여서 금전적으로도 걱정 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분과 같이 생활의 모든 것을 주님을 중심으로 옮긴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 입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던 이분이 이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가지지 않았던 믿음이 함께 했던 덕분이었습니다. 주님을 섬기기 위해 가게를 24시간 영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 이분인들 좀 쉽게 그리고 좀 편하게 일하면서 더 가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참된 믿음이 모든 인간적인 계획을 뒤집고 말씀대로 살 수 있게 도와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이나 봉사하라는 얘기에 흔히 아주 쉽게 손사래를 치는 것이 평범한 우리들 입니다.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저 피하고 싶은 유혹에 쉽게 넘어 가기 때문에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내 삶의 사치와 남 앞에서 내 자존심을 위해 쓰는 시간을 조금만 아끼면 되겠지만 우리는 쉽사리 유혹에 굴복하고 주님의 외상장부의 줄 하나 긋기를 더 쉬이 합니다.
 
미사시간 조차도 제대로 봉헌하지 못하는 우리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운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만 하느님의 평가는 믿음입니다. 주님께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믿음 밖에 없습니다. 유혹에 잘 빠지고 아주 약해서 자신의 의지 만으로는 아주 작은 어려움도 이겨낼 수 없는 우리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나약함 조차도 사랑해주시고 우리가 믿고 의지하기만 한다면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돌보아 주십니다. 이번 사순 시기 동안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용기 있는 우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