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말씀에서 요셉은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을 알고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하였으나 꿈에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신부로 서품된 직후에 평소에 도움을 주었던 수녀님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수녀님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젊은 수녀님께 미사를 봉헌해 달라고 해서 병원을 찾아갔는데 그 젊은 수녀님은 암 선고를 받은 후 모든 치료와 음식을 거부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괴로워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주님만 믿고 의지했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느냐고 분노하면서 저의 미사도 거부하였습니다. 결국은 닫힌 병실 문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오면서 제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에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면 어떤 생각으로 살아 가야 하는지 걱정이 되고 겁도 났습니다.

삶에 고통,아픔,시련이 밀려올 때 가장 쉬운 것은, 나보다 악한 사람이 천지에 널려있는데 왜 나에게만 고통을 주냐고 하느님을 욕하고 냉정히 돌아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하느님께 원망을 돌린다고 내가 가진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일 때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느님을 떠나지 못하고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마리아와 요셉도 마찬가지 였을겁니다. 마리아는 요셉을 만나 재미있게 살아가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나타나 마리아에게 몸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한 여자의 삶과 행복을 짓밟고 인류의 구원을 이루고저 합니다. 또한 요셉은 자기도 모르는 임신을 한 약혼녀에 대해서 분노했을 겁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계시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계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요셉은 끊임없이 고민했을 겁니다. 하지만  요셉이 명심한 것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하고 순명한 것 입니다. 결국 요셉이 주님을 받아들임으로써 마리아는 살아 남았고 예수님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마음을 열고 주님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내가 그분을 받아들이면 그분은 나를 통하여 새롭게 탄생하십니다. 성탄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합니다. 2천년전의 탄생만이 아니라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탄생입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도 하느님을 원망하지 말고 하느님이 내 안에서 새로운 것을 이루려고 한다는 다짐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재물과 명성을 얻어도 죽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죽은 후에 하느님 앞에 나아가 당신의 뜻을 내가 이만큼 이루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이러한 삶을 우리의 고통 중에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