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특강(2) 성체성사의 이해

성사는 볼 수 없는 하느님 은총의 볼 수 있는 표지를 말한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인간에게 보여 주신 분이 누구인가?(요한14,9) 예수님이다.

따라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성사라고 한다. 하느님의 성사이신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당신의 은총을 인간에게 베푸시는 방법으로 인간이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사물을 사용하여 성사를 세우셨다.

그 중에 성체성사는 예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앞으로 볼 수 없을 당신의 현존을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하여 드러내시고, 당신 자신을 주시기 위하여 세우신 가장 고귀한 성사이다.

구약의 완성자이신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고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세우신 성체성사는 오랜 구약의 역사를 통하여 준비되었다. 이는 성체성사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이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여러 사건과 예언말씀은 신약에 나타난 것을 미리 보여준 예표이고 신약성경의 내용은 구약의 성취이며 완성이다. 그러므로 성체성사에 대한 이해도 전체 구원 역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1. 성체성사의 예표인 멜키세덱 이야기와 파스카와 만나

첫째, 창세기에 나오는 멜키세덱의 이야기를 보자. “살렘왕 멜키세덱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였다.”(창세14,18) ‘떡과 포도주’는 성체성사의 재료이다. 이는 멜키세덱의 사제직분을 따라 영원한 대사제가 되신 예수님(히브6,20)이 빵과 포도주로 세우실 성체성사를 미리 암시하신 구절인 것이다.

둘째,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어린양의 피로 이집트의 노예살이와 죽음의 재앙으로부터 해방된 사건을 구약의 파스카라고 부르고, 이를 기념하는 축제를 과월절 축제 또는 파스카 축제라고 부른다.

구약의 파스카는 신약의 이스라엘 백성인 우리가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죄악의 노예살이와 영원한 죽음으로부터 구원될 신약의 파스카 전치인 성체성사를 미리 보여 준 것이다.

셋째, 홍해의 물을 건너 이집트의 노예살이로부터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복지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음식인 만나를 먹으며 살았다. 이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죄악의 노예살이로부터 해방된 우리가 천상복지에 이르기까지 먹는 성체를 미리 보여 주신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빵의 기적 이후에 구약의 만나와 당신이 주실 생명의 빵(성체)를 연결시켜 말씀하셨다(요한6,58 참조). 그리고 메추라기와 바위에서 나온 물도 성체성사의 예표이다.

2. 성체성사의 예표인 제사들과 시나이 계약

주님께서 인류 구원의 원천인 십자가상 제사를 현재화하는 성체성사를 세우기에 앞서서 여러 예표들을 마련하셨다.

첫째, 아벨과 노아와 아브라함 등 구약의 성조들이 하느님께 드리던 제사는 성체성사의 예표이다. 구약의 성조들이 드리던 제사는 십자가상 제사를 미리 보여준 것이며 십자가상 제사는 이 제사의 완성이며 성체성사의 예표다.

둘째, 시나이산에서 계약은 성체성사를 미리 보여 준 것이다(출애19-24장). 모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중재자로서 하느님께 받은 십계명과 율법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 준다. 그러자 온 백성은 “야훼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약속하였다. 이에 모세는 수송아지를 잡아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게 하고, 송아지 피의 절반을 제단에 뿌리고 남은 절반의 피를 백성에게 뿌려주며 “이것은 야훼께서 너희와 맺으시는 피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은 계약의 조문이다.”(출애24,8) 하고 선언하였다. 이로써 구원자이신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그분의 말씀대로 살겠다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 옛 계약(구약)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중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맺을 새로운 계약(신약)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루카22,20).

셋째, 이스라엘 백성이 드리던 제사들도 성체성사의 예표이다.

- 번제는 제물을 완전히 태워 바치는 제사로써, 희생물을 태운 연기가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제사이다. 구약의 번제는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완전히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완성되었다.

- 친교제는 봉헌된 제물의 일부를 태워서 바치고, 일부는 사제의 몫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봉헌자의 가족과 초대된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 제사이다. 깨끗하게 된 사람만이 친교제물을 먹을 수 있으며, 하느님과의 친교와 이웃과의 친교도 가져준다. 친교제는 성체성사가 거행할 때마다 성부께 봉헌된 제물인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시도록 함으로써 완성된다.

- 속죄제는 죄를 지었을 때 자기가 범한 죄를 고백하고 속죄의 표시로 제물을 바치던 제사이다. 사제가 속죄의 제물을 봉헌하여 봉헌자의 죄를 씻겨주는 제사이며 피를 중요시하는 제사이다. 속죄제는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의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희생재물이 되심으로써 완성되었다(히브9,26).

십자가상의 제사를 현재화하는 미사성제는 구약의 제사를 완성한 것이다. 따라서 신약시대에는 구약의 제사가 필요하지 않으며 신약의 제사인 미사성제는 번제, 친교제, 속죄제를 완성하고 초월한 제사이며 무한하신 주님의 제사이기에 무한한 가치가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오직 한 번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죄를 없애주셨다. 이것은 영원한 효력을 나타내는 것이다.”(히브10,12)

3.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상 제사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6,51)

“그리스도는 새로운 계약의 중재자이십니다. 그분은 먼젓번 계약 아래서 저지른 죄를 용서받게 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히브9,15)

첫째,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은 성체성사의 예표이다. 성체성사를 세우시기 1년 전에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하셨다. 이때 예수님은 성체성사를 세우신 최후만찬 때처럼, 빵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이는 빵의 기적이 성체성사를 암시하는 기적이었다.

둘째, 예수님은 인류가 당신의 새로운 계약에 참여하도록 최후만찬 때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예수님이 성체성사를 세우신 장면을 살펴보자.(마태26,26-30; 마르14,22-26; 루카22,14-23; 1고린11,23-25)

셋째, 최후만찬은 십자가상 제사에서 실현되었고, 새 계약의 십자가상에서 이루어졌다.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라는 말씀과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라는 말씀은 최후만찬 때 내어주신 몸과 피가 십자가상에서 내어 주실 몸과 피임을 입증해 준다.

“새 계약을 맺을 날이 온다.”(예레31,31)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예언은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우리를 위하여 피를 흘리시고 죽으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리스도는 성체성사에서 우리를 당신의 살과 피로 매일 먹이신다. 그분은 당신의 양떼를 목장으로 몰고 나갔다 돌아오는 도중에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어린 양들을 당신의 복음과 성체로 먹이신다. 십자가에 못 박혔던 당신의 팔로 우리를 감싸 주신다. 그분은 어머니가 젖으로 우리를 먹이는 것처럼 당신의 피로 우리를 먹이신다. 이를 위해 그분은 골고타에서 창에 찔렸고,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처럼, 창에 찔린 가슴에서 나오는 피로 우리를 배불리신다.”(파두아의 성 안토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