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5주일(요한12,20-33) 한알의 밀알이 썩으면

봄비가 왔다. 고향에서 벚꽃과 개나리가 피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는 마지막 겨울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나보다. 봄비 노래 아세요?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 왔네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오늘 이 시간 오늘 이 시간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밖을 보네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 되어 마음 적시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씨를 한 알 그대로 두면 껍질도 생김새도 그대로 남겠지만 땅 속에 파묻은 씨앗은 어둡고 캄캄한 데서 오랜 시간을 지나고 나면 껍질도 벗겨지고 흐믈해죠서 썩어버린다. 한마디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 씨앗이 죽은 자리에서 놀라운 생명이 싹트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어야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순리요 진리다.

우리 순교자들이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을 버리고 죽어 오늘날 한국교회가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가! 순교로 뿌린 씨앗이 선교로 꽃피고 열매 맺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라! 어느 누가 희생을 해야, 어느 누가 죽어야만 그 생명의 씨가 싹트는 것이다.

이순신장군은 사즉생 생즉사라고 했다. 무릇 죽고자 하는 사람은 살 것이고, 살고자 애쓰는 사람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 복음과 비슷한 말씀을 했던 것이다. 그분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해군사상 유례없는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죽기 전에 죽는 사람은 죽을 때 죽지 않는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은 이미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사람이다. 그분과 함께 죽고 부활한 승리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닌 사람, 그것이 진정 살아있는 사람이다. 하안주 신부님이 작사하고 신상옥 형제가 작곡한 ‘임 쓰신 가시관’ 노래가사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임의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스스로 자원하여 죽음의 길을 걸어간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꼴베 성인의 삶이나 예수님의 생애는 이 지상에서 왕관이나 면류관을 쓴 영화로운 삶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이 아닌 이웃을 위한, 가장 가까운 이웃을 위한 삶을 사셨다. 우리 이웃 중의 누군가가 힘들고 아프고 삶의 십자가가 무거워 쓰러질 때 그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그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나를 따라야 한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냐” 하나뿐인 제 목숨을 예수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신앙 때문에 초개같이 버리려면 평상시 죽는 연습을, 십자가의 길을 걷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한번 죽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선택하자! 그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14처 이야기> 유머

썩지 않은 밀알은 단지 밀알 하나에 불과하지만 온 몸을 희생한 밀알 하나는 100배, 200배 향기로운 열매를 맺는다.

사순시기의 마지막을 보내는 오늘 그 동안 생활을 돌아보며, 오늘 복음의 ‘썩을 줄 아는 밀알’의 전신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각자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공동체에서 과연 예수님의 정신대로 ‘밀알이 썩듯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조금이라도 희생하면서 지냈는지 생각해 보자. 썩지 않은 밀알은 한 알 그대로 남는다. 아무런 결실도 없이 ‘외톨이’가 되어 홀로 머물다 결국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수레바퀴에 밟혀 으깨져 죽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세상에서 자신의 것만 찾고 매달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고 양보조차 하지 않으며 살아갈 때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일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의 풍요로움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셨다. 그 길을 따르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은 영원한 구원을 주실 것이다.

신앙인에게 있어 인생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자신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때이다. 사심없이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 때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땅에 떨어져 죽는 한 일의 밀알이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