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한국 교회는 1970년부터 연중 마지막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주일의 의의는 세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교회가 그 본연의 사명을 다 할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데 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는 신품과 교회에서 인정하는 수도 신분에 속하는 이외의 모든 그리스도 신자를 말한다.”(교회헌장,31항)고 그 신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세례를 받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면에서는 꼭 같습니다. 다만 교회 안에서 그 맡은 바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일찍이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신비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지체가 모두 같은 기능을 하지 않듯이, 우리도 수가 많지만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면서 서로서로 지체가 됩니다.”(롸12,4-5) 하셨습니다. 사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는 같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며 맡은 바 고유한 사명을 다함으로 교회를 완전하게 해야 합니다.

만일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성직자나 수도자가 된다면, 세상 세상 속에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은 누가 수행할 것입니까? 수도자는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서원을 통해 현세적 가치를 뛰어넘어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증거합니다. 그리고 성직자는 말씀의 선포와 성무 집행을 통해 신앙의 씨를 뿌리며 신앙인들을 키우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 사이에 다리가 되어 줍니다.

평신도들은 세속에 그 삶의 바탕을 두고 있는 이들입니다. 세상 도처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며, 세상의 부패를 막고 새롭게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사람들은 바로 평신도들입니다.

집을 짓는데 설계도 중요하고 기둥도 중요하지만, 벽돌로 모든 공간을 쌓아 막지 않으면 건물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평신도는 바로 건물을 완성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수많은 벽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성직자나 수도자가 평신도 가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는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하여야 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평신도 사도직이란 예언직, 왕직, 사제직으로써 예언직이란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으로써 증거의 삶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왕직이란 봉사직으로써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도 우리 이웃 형제들에게 섬김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겸손이야말로 최고의 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겸손한 신자들이 많을 때 공동체는 성숙해 질 것입니다. 

사제직이란 성화의 삶을 말하는데 기도생활과 성사생활을 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우리는 누구나 달란트를 받았습니다. 한 달란트는 엄청난 돈입니다. 아무것도 받지 않은 인생은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달란트를 찾아서 본당과 사회에 활용하여 주님께 칭찬받는 쓸모 있는 종이 되도록 합시다. 종은 주인의 뜻을 잘 알아야 칭찬을 받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종입니다. 우리가 창조주가 아니듯이 주님의 종임을 확신한다면 겸손하게 주님의 종답게 처신합시다.

빗자루가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해서 안방에 있는 것이 아니듯이, 그저 구석 한 모퉁이에 방치해두어도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라고 겸손되이 말할 때 주인은 그를 높이 받들어 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빗자루의 영성을 지니는 것이 평신도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영원한 협조자요, 사제의 영원한 협조자입니다.

삼위일체 신비가 우리 본당공동체 안에서 잘 이루어질 때 행복하고 평화로운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