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게 내리는 밤이다. 성당 밖을 바라보면 늘 깜깜하다. 성무일도를 바치러 성당에 가려면 늘 느끼는 것이 어둠의 숲을 헤치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쓸쓸한 느낌이 깊게 배어온다. 즐거운 마음으로 조배하러 가야건만 늘 혼자 떨어진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넒은 성당 마당의 텅빈 공간, 어둠이 깊게 내려 앉은 마당을 거닐다 문득 전임본당의 좁은 성당 마당이 생각이 났다.
 
성당 옆에 다닥다닥 붙은 주택을 사기 위해 교우들과 몇 차례 바자회를 열면서 성당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슬땀을 흘렸던가!  우리의 땅, 성전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2차헌금을 수없이 거두었으며, 각 가정마다 신립금을 봉헌하면서 4년동안 집 네 채를 마련하였다. 
 주일마다 사목위원들과 교우들은 넓어진 성당마당에서 구역별 족구시합을 하며 화기애애한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성당 옆에 빌라는 늘 우리를 못마땅하며 주일날 성가소리와 본당행사(성탄행사, 어르신효도잔치 등등)로 떠들썩하는 소리를 낼 때 경고를 받지만, 양해를 구하고 타월과 떡과 기념품을 돌리며 고개를 숙이고는 즐겁게 마당에서 지내지 않았는가?  
  늘 옆에 붙어있는 한국의 집들, 있을 땐 몰랐는데 그게 정이었다는 것이 세삼 가슴에 저려온다. 
 
그러나 미국의 집들은 얼마나 크고 집집마다 간격이 얼마나 넓은가? 그러나 한국의 집들은 규모가 작고 촘촘하게 붙어있다. 그때는 그것이 정인줄 모르고 살았는데 넓은 미국에 와서 보니 좁고 다닥다닥 붙어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는가?  부딪쳐야 정이 생기지 않은가! 작은 것이 아름답고 정스럽다.
어둠이 내린 성당마당이 교우들의 정으로 환하게 밝았으면좋겠다. 

이튼성당에 온 지 어제가 두 달이 되었다. 날짜와 시간을 잊고 살아도 좋을 때가 오겠지만 두 달이 되었다고 감사미사를 드려주는 정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사제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 그립다. 

가정방문을 하면서 그런 인간미가 넘치는 교우들과 나누는 한 잔술은 푸근하고 살 맛을 느꼈다. 
각박할 수 있는 이민사회에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이튼성당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곧 우드브릿지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주러가야 할 시간이 왔다. 어둠을 헤치고 30분의 거리를 달려 구원자 예수님의 일을 하러 간다. 

사람들에게 빛을 주러 길을 떠난다.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어둠의 세상에 빛을, 사랑과 온정의 빛을 나누기 위해 왔다. 

오늘 밤에 눈이라도 내릴 것 같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우리의 어두움과 약점을 덮어주고ㅡ 빛과 장점을 드러내는 은총의 길고 긴 겨울밤을 맞이하고 싶다.

벌써부터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기대된다. 첫 성탄이 기다려진다. 뚝배기 된장국과 도가니 수육과 부대찌개와 두부김치에 소주 한잔 걸치고 싶은 밤이다. 
누구 없소? 한 잔할 사람....
 아름다운 이튼성당에서 참 사람 예수님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