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혼자서 등을 미나요
언젠가부터인진 모르겠지만 목욕탕에 가면 저는 저의 등을 제가 밀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정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어릴때는 제가 제 등을 민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때는 옆 사람 등을 밀어주는게 당연히 여겼었죠. 그리고, 흔히 "등 좀 밀어 주시겠습니까"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가물가물거립니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변했나 하고 제 경우를 살펴 보았습니다. 언젠가부터는 모르겠지만 목욕탕에 가면 사람이 있는 옆 자리보다는 텅빈 자리를 선호하게 되었고 잽싸게 목욕하고 제 등을 묘한 자세로 이리저리 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냥 바쁘다는 핑계가 있는적도 있었고 괜히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죠. 남의 등을 밀려면 아무래도 신경써서 밀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제 자신을 반성해 보았습니다. ´너 왜 그러니 너 왜 그래´ 그러면서요. 그러다 ´에이 이건 나만 그런거겠지´ 하고 주위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사우나실에서 열심히 살펴 보았죠. 근데 정말 황당한건 모두들 혼자서 이리저리 등을 밀고 있지 뭐예요.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구요. 그 다음부터는 목욕탕 순회를 했습니다. 친구 동네에 가보기도 하고 일부러 버스를 타고 다른 곳에 가보기도 했죠. 근데, 저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더군요. 모두들 자신의 등을 열심히 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는 대구죠. 다른곳은 못 가 봤지만 별반 다를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제가 가는 목욕탕만 그런지 다시 한번 의문을 가져 봅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아직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등 좀 밀어 주시겠습니까", "등 밀어 드릴까요" 그런말을 저는 들어본 기억이 어릴때 말고 거의 없습니다. 이젠 부탁을 하는 자체도 힘들어 진것이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혼자서 등을 제대로 밀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저같이 가끔 목욕탕 가는 분들은 (^^;) 더더욱 그러하실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혼자서 등을 밉니다. 그리고, "등 밀어 드릴까요"하는 말조차도 꺼려할 지경이죠.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자꾸만 길게 하는것 같군요. 한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하루는 탕안에서 열심히 몸을 데우고 있었죠. 그때도 제 앞에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등을 밀고 계시더군요. 양 옆에 사람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말예요. 그래서, 전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등을 밀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등을 다 밀어 드리고 나니 할아버지께서 제 등을 밀어주신다고 그러더군요. 참 그때는 상황이 안 좋았던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었거든요. 할아버지가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밀어도 밀어도 계속해서 때가 나오니 말예요. 등을 다 민 할아버지는 무척 언짢은듯한 표정이였습니다. 이 놈이 다 속셈이 있었구나 하는듯이 말예요........ :)
거기서 제가 느낌점은 등을 밀어 드려도 할아버지한테는 제 등 밀었어요 하고 거짓말을 해야겠다는 것과 남의 등을 밀어 준다는게 내 등도 밀어 달라는 뜻이구나 하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 들여진다는 것이죠. 내가 베풀었으니(?) 너도 베풀어라 하는 식으로 말예요. 만일 다른 사람이 ´등 밀어 드릴까요´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당신 등 밀기 힘드니까 그런 호의를 보이는구나´ 듯이 그렇게 들린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정말 제 자신이 너무도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것 때문에 더더욱 불편해서 ´등 밀어 드릴까요´라는 말을 쉽게 하기가 힘든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사람들의 의식이 바뀐것인지 저만 그런지 아니면 예전부터 그래왔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군요...
더 이상 얘기하다간 정말 횡설수설이 될 것 같군요. 결론은, 목욕탕 가면 혼자서 등을 미는 사람을 볼때마다 등을 밀어 드립시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더더욱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무서워 부탁조차 못 하시는 것 같아요. 운동도 되고 혹시 알아요. 등 잘 미는 기술이 훗날 어떻게 도움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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