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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7월16일 수요일 복음묵상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 드립니다.”(마태오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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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숫자 백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숫자에 약합니다.
머리가 팽팽 돌던 20대에도 전화번호를 외우는 친구들이 늘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열 개의 숫자를 마구 섞어 놓은 것을 어떻게 그리도 잘 외울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물론 교과 과목이고 시험을 치러야 하니, 산수나 수학은 학교에서 원하는 대로 대충 성적은 만들어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간단한 공식도 머리에서 다 날라가 버렸습니다.
하여간 셈을 못하는 것을 넘어서 숫자 자체를 외우지를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어머니 생신도 해마다 동생들이 알려줘서 기억하는 정도니까요.
그래서 숫자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해를 산 일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사목회에서 한 달간 살림살이에 대한 회계보고서가 꼬박꼬박 내 앞에 주어지고 설명되지만, 보아도 들어도 잘 모릅니다.
신문이나 TV 뉴스에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분명 다 아는 단어인데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를 못합니다.
누가 처음 환율의 차이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늘 낯선 세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철부지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 뜻을 드러내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잠시 철부지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철부지란 말 그대로 철이 안든 아이들, 즉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말합니다.
철부지의 특징 중 하나는 셈을 잘 못하는 것입니다.
아니 어른들의 계산법으로 볼 때는 형편없는 셈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즉 어른들이 하는 셈법과는 다른 셈을 즐기는 것이지요.
다이아몬드나 높은 빌딩보다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장난감이 더 좋습니다.
엄마한테 야단맞을 짓인지 알면서도 동무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어합니다.
따지고 재고 그러는 것을 잘 못하는 엉터리 셈법이지요.
어쩌면 철없는 아이들에게 당신 뜻을 드러내셨다는 말씀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셈법을 알고 있는 철부지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행복한 셈법!
참 재미있고 정감 있는 표현이 아닌가요?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다음 것을 생각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것을 먼저 내미는 셈법.
그래서 다 내어줘도 행복한 셈법.
야단 맞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 못하는 순수한 셈법.
멍들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행복해 하는 셈법.
모든 셈법의 한 가운데에는 관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셈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지요.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참다운 삶의 의미를 허락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쩌면 똑똑한 척 하면서도 실상은 너무 엉터리 계산을 해가며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척 빠른 계산법을 칼날 휘두르듯이 자랑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도 셈하지 못하는, 그래서 행복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은 시간들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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