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가라지

이 주제를 살펴볼 때에는 늘 두 가지 면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1) 개인 내면의 밀과 가라지

2) 공동체의 밀과 가라지

이상의 두 가지 입니다.

먼저는 우리 내면의 밀과 가라지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생각의 근원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즉 우리의 의지를 자극시키는 여러가지 생각들의 홍수를 접하게 되지요. 예컨대 거지를 바라보고는 ‘불쌍한데 도울까?’라는 생각과 ‘아니야 저 사람 원래 부자인데 저렇게 연기하는 걸꺼야.’라는 식의 내적 변명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는 그 양자를 두고 선택을 하게 되지요. 이렇듯 천사와 악마는 실존하며 우리 안에 많은 요소들을 흩뿌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뿌려지는 것들을 거두어들여 ‘실천’으로써 열매를 맺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우리 안의 밀과 가라지는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공동체의 밀과 가라지입니다. 결국 사람은 첫번째의 밀과 가라지를 통해 자신 안에 점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그 자체로 밀, 또는 가라지로 변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동체 전체의 선익을 돕는 밀과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늘 일치를 막고 분열을 조장하는 시기와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 가라지 같은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직무를 맡은 사람이 있지요. 바로 여기에서 수많은 고민들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은 무턱대로 가라지를 뽑아 내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치해도 안되는 것이지요. 참으로 쉽지 않은 고민입니다. 문제는 가라지인 사람이 진정한 회개를 통해서 ‘밀’이 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밀이던 사람이 가라지의 영향을 받아서 또다른 가라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전에 엉망으로 살던 사람이 참된 회개를 통해서 진정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기도 하고 반대로 전에 열심하던 사람이 엉뚱한 신흥종교에 빠지기도 하는 식입니다.

예수님은 밀과 가라지를 함께 두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최종 판단은 분명 하느님이 하실 일입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의 구원을 ‘심판’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 일은 분명 모든 것을 아시고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특정 공동체에 있어서 발에 총알을 맞아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데에도 기어코 다리를 보존하겠다며 결국 몸을 죽게 만드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닙니다. 즉, 한 사람의 구원에 대해서 우리는 직접적으로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어느 특정 공동체에 있어서는 그 합당한 역할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누구나 교회의 일원이 될 수는 있지만 누구나 ‘교리교사회’가 될 수는 없고, 누구나 ‘수도자’, 또는 ‘사제’가 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선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공동체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치 우리의 ‘구원’을 잃는 것인양 격하게 반응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외된 이를 매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하지요. 신학교나 수도회를 다니다가 나온 사람을 보면 아예 꼬리표를 달아 버리기가 일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만 그런 특정 직분에 합당하지 않은 사람이었을 뿐이지 구원에서 제외된 사탄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이런 공동체의 책임을 맡은 이는 그 안에서 자라나는 밀과 가라지를 바라보면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청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합당한 지혜를 내려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