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

사제는 착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요. 사제는 선한 목자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착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다 그냥 내버려 두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에제키엘서 34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그러나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

주님은 착한 목자로서 양들인 우리 자녀들을 영적으로 먹이고, 당신의 평화 속에 쉬게 할 것입니다. 길을 잃어버린 양에게는 길을 가르쳐 주고, 목자가 없어 서로 뿔뿔이 흩어진 양들은 도로 데려와서 한 목자 아래 두고, 내면에 크나큰 상처가 있는 뭔가 부러진 양은 싸매주고, 목동을 따르려는 데 힘이 딸려 아픈 양들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전혀 엉뚱한 구절이 나옵니다.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린다고 하십니다. 왜 기름지고 힘센 양, 세상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의 양들을 없애 버린다고 나서시는 것인지 단순히 이 구절을 읽는 것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름지고 힘센 양이 의미하는 것은 저만 사는 양을 의미합니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 주변의 것들을 모조리 끌어 당기려는 양을 의미하지요. 그래서 그 양들 때문에 다른 양들이 길을 잃고, 서로 흩어지고, 부러지고, 아프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그런 양들에게 목자는 ‘없애 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시행합니다.

사제는 목자로서 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착하다’는 의미는 세상이 말하듯이 단순히 유순하기만 하고 모든 것에 Yes맨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착한 목자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할 일을 하는 목자입니다. 양떼에게 위협이 다가오는데도 그저 마냥 좋다고 퍼질러 앉아 있는 목자는 절대로 착한 목자가 아닙니다. 그 목자는 우유부단한 목자일 뿐이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니 입에서 뱉어 버려야 할 목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