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성령은 환상에 불과하며, 내 구원에 필요한 것은 나 혼자 획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려고 나를 조종한다. 죄의 가장 큰 속임수는 바로 내가 나 자신의 구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 안에 거처하시는 성령의 사랑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성령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기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아는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자유다. 자유는 사랑의 본질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사람들 안에 거처하지만 그들에게 선善에 따라 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랑에서 이탈해 있으면서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의 본질적 요소로 체험되는 이러한 자유 때문이다.

이런 식의 착각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사실상 살아 계시는 하느님, 현존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대신 그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종교적 가치 체계 안에서 어떤 계율이나 계명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마르코 이반 루프니크, 식별, 오영민, 바오로딸(2011), P.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