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애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애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이 되지요. 따뜻한 말로 상대를 감싸 안을 수도 있고, 또 그것을 육체적인 애무로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애무라는 것은 서로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기분좋게 해 주는 입맞춤이나 쓰다듬을 말하는 것이지요. 때로 친한 친구들 끼리는 이 애무를 조금 격하게 그것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선이 존재하니 그것은 그 애무를 받는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 편, 우리는 서로를 위해 충고해주고 잘못을 알리고 고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는 훈육은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인내와 사랑으로 고쳐 주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때로 매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는 심지어 이런 표현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데에 주저하지 마라. 매로 때려도 죽지는 않는다. (잠언 23,13)

때에 맞지 않은 말은 초상집에 풍악과 같지만 회초리와 훈육은 언제나 지혜로 통한다. (집회 22,6)

자녀가 있느냐? 그들을 훈육하고 어릴 때부터 그들이 목을 숙이게 하여라. (집회 7,23)

이처럼 성경은 철이 들지 않은 자녀들을 훈육하도록 가르칩니다. 하지만 과연 훈육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수단입니다. 즉 자녀의 분명한 잘못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훈육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올바른 인격을 갖추지 못한 부모들이 ‘훈육’을 핑계로 자신의 숨겨진 욕구를 드러낸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배’의 욕구이지요. 이런 류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훈육하려고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자녀를 지배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즉 자녀의 분명한 잘못에 회초리를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회초리를 드는 것이고, 또 거기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자녀의 잘못을 전혀 바라보지 않은 채로 무턱대고 회초리를 들어 그 힘에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질문자의 표현대로 ‘기분이 나빠서’라는 말이 단순히 본인의 기분에 관계된 것인지, 아니면 질문자가 어떤 윤리 도덕적인 잘못을 해서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때리는 것인지를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성한 자녀에게 이런 류의 육체적인 훈육을 시도하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훈육은 아이가 미성년자이고 자신의 이성을 아직 올바로 쓸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에나 통하는 것입니다. 장성한 자녀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때로 부모님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인격을 올바로 형성하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자신이 장성한 자녀에 대해서도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착각을 하곤 하지요.

그럼 자녀들은 이런 부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하느님의 계명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공경이라는 것이 부모의 모든 악행까지도 아무런 저항없이 수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아버지로 둔 자녀들이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하느님에게 순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릇된 것은 수정해 가면서 우리의 육신의 부모를 공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언을 하자면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먼저 때릴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즉 자신의 어떤 말과 행동이 어머니에게 때릴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분별하고 같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계기로 때리실 것이고 그 계기를 올바로 살핀 다음에 가능하다면 그러한 말과 행동을 피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맞기 싫다는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장성한 자녀이고 그에 합당한 존엄을 찾고 싶다는 의지를 차분하고 온유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이때 대화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바로 남편이 되겠지요. 남편 앞에서 맞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남편과 함께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차분하고 온유하게 본인의 뜻을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앞서의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또 남편과의 일치된 목소리도 무시하면서 때리기를 시도한다면 그때에는 그 행위를 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이런 저런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되 가능하면 마주칠 기회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