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완성인 주일
안식일은 창조의 완성을 누리는 날이었습니다. 피조된 세계가 창조주의 숨결로 가득 차 있음을 기억하면서 모든 피조물이 쉬도록 초대받는 날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하느님을 향하는 적극성을 내포합니다. 이제 그리스도교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습니다. 새 계약의 백성으로 우리는 ‘주일’을 지킵니다. 새 창조인 부활의 날을 경축하는 것이죠. 

안식일이 창조의 엿새 후에 오는 일곱째 날이었다면, 주일은 한 주간의 시작, 새출발의 날입니다. 이날은 모든 시간 중에서 특별히 가려내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께 속하고, 하느님께 예배하도록 시간을 축성하는 것이죠. ‘도미니카 디에스Dominica dies’, 주님의 날이라는 명칭은 그래서 지극히 적절하고 복음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주님의 시간에 모이고 찬양하고 청원하며 은혜로 채워지고 다시 파견되는 삶의 리듬을 살도록 초대받습니다. 

이날의 주인은 사람의 아들, 죽고 부활하신 그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한 주간의 다른 날들은 나를 위해 사용하며 열심히 살지만 한 주간, 하루만큼은 하느님께서 사용하시도록 내어 놓는 것, 교회가 이천 년간 계속해 온 일입니다. 이날은 주님의 날입니다.

남상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