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들을 수 있는 은총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들은 그저 놀랍게만 보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이들에게도 그렇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제자들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놀라운 일들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초대하시고, 또 구원을 이루어주시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사람들도, 제자들도 예수님의 깊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에 놀라움만 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뜻이 담겨 있음을 일깨워주십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사건이 가리키고 있는
본질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는 그런 판단과 실천에 속상해하기도 하고, 죄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리석은 모습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을 걷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풍요로운 은총이 필요합니다. 또한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동반이 필요합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인생의 스승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여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에게 하느님을 전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가운데 계신 스승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조성풍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