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붙잡고 있는 것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은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 없던 상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고쳐주십니다. 그런데 병을 ‘낫게’ 해주신 것이 아니라 병에서 ‘풀려나게’ 해주셨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경 주석에서 병에서 풀려남은 사탄의 속박과 죄에서 해방됨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임상병리학적 치료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여인은 되살아나 자유롭게 되어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반면 이 일로 회당장은 분개하고 분노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안식일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인과 회당장. ‘풀려난’ 여인의 대척점에 있는 회당장은, 여전히 속박에서 ‘풀려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는 율법 해석, 인간의 전통에 대한 완고한 집착,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인간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똘똘 뭉쳐 헤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따라서 병에서 풀려난 여인의 이야기는 반대로 풀려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진 아집과 집착, 이기주의와 형식주의에 매몰된다면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던 여인’의 상태와 같을 것입니다. 회당장의 상태도 바로 그러합니다. 복음은 이 상징을 통해 몸이 자유롭다고 반드시 해방된 삶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