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죽음을 면하려면 헤로데를 피해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가던 길을 가겠노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이때 사람들에게 ‘길’은 피신하여 떠나는 통로였지만, 예수님에게 ‘길’은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묵묵히 걸어야 할 삶의 자리였습니다. 그들에게 길이 현재를 피할 수 있는 도피처였다면, 예수님에게 길은 현재에 머물러야 할 안식처였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당신의 삶과 죽음마저도 그 길 안에서 만나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언제나 길 안에 계셨습니다. 아니, 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길을 나서는 나그네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정처 없이 맴돌거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혹은 현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피하기 위해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예수님이 길 자체라면 그분을 따르는 우리는 그분 안에서 걷고 있는 것입니다. 설령 우리가 다른 길로 빠진 듯한 두려움에 휩싸이더라도. 그분은 모든 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분의 길을 떠나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