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디에 앉든…
오늘 예수님께서는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것을 보시고 끝자리에 가서 앉을 것을 당부하십니다. 똑같은 수평적 식탁에도 위와 아래가 있었으니 ‘자리’가 인간에게 주는 묘한 ‘서열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일까요. 좌석의 의미만이 아닐 때, ‘자리’는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상징합니다. 때로는 인간의 됨됨이나 인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자리는 그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다.”라고 말할 경우, 무엇을 중점으로 둘 것인가에 따라 한 인간의 권위 혹은 성품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거기에 앉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어떤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앉을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자리’ 고르는 기준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컨대,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사람’이 되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있는 그 ‘자리’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