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들여다보기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라는 말을 들으면 하느님, 좀 더 정확하게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를 임금으로 모시는 나라를 떠올렸다. 당시 모든 나라는 왕정 체제였고, ‘나라’라고 번역된 그리스 말도 원래 ‘왕국’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물음은 무엇보다 임금이 언제 바뀌느냐와 다름없는 정치적 질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담긴 영적 의미에 더 주목하라고 가르치신다. 사람들은 로마제국처럼 방대한 영토와 막강한 군주를 갖춘 거대 왕국을 꿈꾸겠지만, ‘하느님 나라’는 로마나 예루살렘에 자리잡고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시적 사회 집단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번개가 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순간적 체험이다. 그러니 그 나라가 어디에 있다고 가리킬 수 없고, 그 나라의 임금이 어디에 계시다고 선언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가 정녕 이렇다는 걸 안다면 그것이 이미 우리 가운데 와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면서 느끼는 사랑, 우정, 배려, 감사, 연대감 등이 모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번개’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모든 신앙인은 더 많은 사람이 이런 것들을 더 자주 체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사명을 받았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