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11월호 '복음의 빛'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태12,50)

말씀 들여다보기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예수님과 이야기하려고 기다리지만, 예수님은 달려나가 그들을 맞이하는 대신 제자들이 당신의 참 가족임을 선언하신다. 이는 예수님의 참 가족이 혈연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선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 생애 전체를 살펴보면 예수께서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예수님은 어린 시절을 부모님에게 순종하며 지내셨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라서가 아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버지의 집’, 곧 성전임을 이미 알고 계셨다.(루카 2,49) 그럼에도 부모와 함께 나자렛에서 지내며 그들에게 순종하셨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자주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셨고, 신앙을 핑계로 부모 공경을 게을리하는 이들을 호되게 꾸짖으셨다.(마태 15,4-6; 마르 7,10-13) 또한 카나에서는 때가 오지 않았어도 성모님의 요청을 받아들이셨고(요한 2,1-12), 십자가에서는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성모님을 맡기셨다.(19,26-27) 
결국 오늘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가족의 ‘대체’가 아닌 ‘확장’을 선언하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참 가족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 게 아니라,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도 하느님 안에 한 가족이라고 가르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