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는 교회 공동체의 최전방에서 세상과 맞닥뜨려 있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품고 있는 신앙을 잘 녹여내어 세상에 전하고 세상을 초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넘어지고 상처입는 일이 허다하겠지요. 사제는 교회의 권위를 바탕으로 자신이 습득한 교회의 보화들을 평신도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지요. 세상 안에서 평신도들이 겪는 삶의 고난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제의 본래의 직분에 헌신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여러분들도 모두 아시다시피 일종의 ‘세속화’입니다. 세속화라는 표현의 근본에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짐’이 내재되어 있지요. 평신도는 평신도대로 사제는 사제대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제에게는 또다른 면모도 있습니다. 지나친 격식화라고나 할까요? 즉, 교회의 행정이나 규율이나 가르침을 보호하는데에 과하게 열을 올린 나머지 현실감각을 상실해 버리는 것입니다.

신자분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살아가는데에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기다리지요. 그래서 주일미사 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하루에 주된 시간, 즉 아침 저녁으로 하느님을 떠올리고 주일에 미사에 참례해서 사제의 준비된 강론을 들으면 그것으로 세상에서 소금으로 살아가는 데에 충분한 빛을 얻을 수 있도록 교회는 제도를 마련한 셈이지요.

그러나 이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신앙의 짠 맛이 사라져가고 그저 형식화되고 의무화된 신앙 생활만이 남고, 또 준비되지 않은 사제의 영적 양식은 이를 가속화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주일에 미사에 가서 강론을 듣지만 차라리 성경 주석 서적을 읽는 것보다 못한 전혀 ‘해석되지 않은’ 강론을 접해야 하고 돌아와서는 현실에 찌들어가는 신앙인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그러는 동안 영혼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것입니다.

돌이 되어버린 심장은 피가 흐를 수 없습니다. 피가 흐르지 않는 몸은 살아있을 수 없지요. 본당 공동체는 하나의 작은 몸이고, 이 몸이 영적으로 생활화하지 않으면 결국 전체 공동체에도 그 여파가 미치는 셈입니다.

둘이서 모인 자리에서 서로가 맡은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로 다짐 아닌 다짐을 했습니다. 형제님은 늘 하시던 일을, 저 역시도 사제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리고 이 다짐은 여러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있던지 하느님에게 부르심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그 모습대로 충실히 첫 마음을 잃지 말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