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의미로 말씀은 과거 예수님 이전에도 신앙 선조들과 함께 했고 여전히 ‘이방인’들 안에서도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말씀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은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 안에 살겠다는 결심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다른 것을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그 존재로서 합당한 삶을 유지하겠노라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교무금을 얼마를 내고 평일 미사를 얼마나 참여하고 어떤 종류의 신심행위를 하는가 하는 것은 모두 이 ‘말씀’을 구체적인 삶의 범위 안에서 어떻게 작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에 나온 ‘부수적인 산물’에 불과합니다. 진정 말씀과 함께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가 밥을 먹어고, 화장실을 가도, 심지어는 미워하는 이와 한 자리에 있어도 그는 말씀과 함께 살아갑니다.

말씀과 함께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입니다. 호화 레스토랑에 가서 온갖 화려한 음식을 두고서도 속에 질투와 시기, 증오가 가득한 사람보다는 동네 어귀에서 짜장면을 먹더라도 같이 먹는 사람과 사랑 가득한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고 ‘말씀’의 본뜻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가톨릭 신자라고 그 2000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생겨난 온갖 부수적인 요소에 목매어 살아가기보다는 그 2000년의 역사를 유지시켜온 본질적인 힘이 되는 ‘말씀’의 힘에 자신을 내어 맡겨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원하신다면 돌들에게서도 아브라함의 후손을 일으키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청소할 때에 빗자루만 쓰지 않고 걸레도 쓰고 물통도 쓰는 것처럼 하느님도 당신의 모든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서 어느 한 문화와 사상만을 쓰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 안에 말씀을 심고자 하십니다.

*주의 - 이 ‘말씀’을 단순히 성경 구절 암기나 그 뜻풀이 만으로 해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말씀은 그러한 것조차 초월한 보다 내밀한 것입니다. 즉,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분이시며 그와 같은 일을 이루도록 우리를 도와 주시는 분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