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 신부님도 교도권을 존중하셨습니다. 비록 교도권이 십수년 동안 실험을 하고 제약을 가하도록 했지만 그 세월을 순명으로 모두 견디셨습니다. 예수님에게도 성인에게도 교회와 그 권위 자체가 모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난 것이 있다면 그 권위에 몸담고 있는 각자의 선택일 뿐입니다. 각각의 인간이 스스로의 오류와 약점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위에 합당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 그릇된 모습의 핵심에는 ‘교만’이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엄청나게 큰 권위가 주어졌는데 마치 그것이 자기 스스로 이루어낸 업적인 양 착각하는 것이지요. 적지 않은 이들이 비판하는 사제의 모습은 바로 ‘교만’이며 그 생각의 출처는 바로 교회의 소중한 권위에 대한 각 개인의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제직과 교도권은 하늘의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들이 땅에서 맺으면 하늘에도 맺어져 있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위의 근본적인 출처는 그 권위를 쥐고 있는 각 개인이 아니라 결국 하느님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를 망각하는 이는 그 즉시 자신에게 맡겨진 권위를 스스로 소유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교만이 시작될 것입니다.

모든 권위는 그 권위의 수여자가 있고, 최종적으로 하느님에게 수렴됩니다. 이를 잊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겸손하고도 훌륭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