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서, 미사도 남북의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로 봉헌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루어, 갈라져 있는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오늘 미사 중에 또 앞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로마 유학 시절에 독일을 몇 번 갔었습니다. 독일도 2차 대전 이후 오랫동안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져 있었지만, 지난 1989년에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독일이 통일될 때 수많은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을 직접 부수던 모습들이 아직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을 직접 가서 보고,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독일 사람들 특히 동독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동독 지역의 산과 들과 바다들을 가서 보면서, 우리 민족도 북한 땅을 이렇게 자유롭게 가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유럽은 연합체가 되어서 국경의 개념이 거의 없어졌고, 기차나 자동차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검문도 없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지금 유럽 국가들의 국경을 지나칠 때면, 예전 검문소 건물들만 남아 있고, 이곳이 국경이라는 표시만 있을 뿐, 그냥 뉴저지에서 펜실베니아를 가듯이 국경을 지나쳐갑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이렇게 휴전선 지역을 그냥 지나갈 수 있을 것이고, 기차로 부산에서 포르투칼 남단 끝까지 가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면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차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도 꿈꾸는 여행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신앙인인 우리가 가장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기도입니다. 최후의 만찬 직전에 제자들의 일치를 위해서 정말 간절히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우리 민족의 일치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 없이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도 없이도 그냥 일하고 살아가겠지만, 신앙인인 우리에게는 기도 없이 맺어지는 열매란 없으며, 특히 일치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앞으로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 일치의 시대가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