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예식 후 목요일미사(주님을 위로하는 사람들)루카9,22-25

1. 아씨시 옆의 몬테팔코 라는 동네엔 글라라 성녀가 800년 전 모습 그대로 썩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심장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모습과 수난도구들이 근육으로 뭉쳐져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심장에서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개의 모양과 무게가 같은 조각도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신 자체로 희한한 기적이 많은 성인을 처음 보았다는 로마에서 공부하는 한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녀는 어려서부터 수도생활을 했고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기도 중에 탈혼하시어 그냥 성당에 앉아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동료 수녀들은 이 수녀의 심장을 열어 보기를 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수녀님이 살아 계실 때 이런 체험 이야기를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수녀님이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께서 슬픈 얼굴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 수녀님은 예수님께 왜 그리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요즘 시대에 내 십자가를 꽂을 굳은 땅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성녀는 그 의미를 깨닫고 “당신의 십자가를 제 심장에 꽂으십시오.”라고 청하자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를 그녀의 심장에 꽂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그 분의 심장은 그리스도 수난의 증거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꽂을 굳은 땅이 없다고 하신 이유는 요즘 세상에 아무도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들여 믿음을 증거 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고 성녀는 그 고통을 자신이 받겠다고 한 것입니다.

수녀님들은 이 이야기를 생각하며 성녀의 심장을 열어보았고 정말로 성녀의 심장에서는 심장 근육이 응고되어 만들어진 십자가와 가시관, 채찍, 창 등의 수난도구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특별히 십자가와 채찍은 지금도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이 성지를 여러 번 가면서 “주님도 위로받고 싶어 하시는구나!”를 느꼈다고 합니다.

2. < 못난 사람도 끌어안아라! >  좋은 생각 중에서

사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도 서슴지 않아 평판이 나빴다.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급기야 사람들은 스님을 찾아가 그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람 때문에 사찰 안팎이 엉망입니다. 신도들에게 불친절하고, 맡은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요. 오죽하면 친한 동료 한 명 없겠습니까?”

스님은 곰곰이 생각한 뒤 물었다.

“그 사람을 내보낸 뒤 당신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부터 생각해 보시게.”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스님이 말했다.

“지금 그 사람 때문에 하나로 뭉쳤지만, 그가 사라지면 또 다른 명분을 찾지 않겠는가? 한 번 못난 사람을 자르면 그 다음 못난 놈, 그 다음 못난 놈도 차례대로 눈에 들어올 것이네. 그를 내보내려면 그 다음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부터 생각해 놓으시게.”

스님의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3.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면 ‘자신의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몫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는 연습을 하는 시기가 사순시기입니다. 내 생각보다 다른 이의 생각을 우선해 보는 훈련을 합시다. 십자가의 길에서 우리는 시몬을 만납니다. 그는 원하지도 않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습니다. 그 순간만큼 예수님은 쉴 수 있었습니다. 본당에서 직책을 맡을 때 시몬처럼 원치 않아도 그 일을 하며 봉사하겠지요. 어느 누구도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발뺌을 하는데 내가 대신 그 십자가를 지는 것은 그 순간만큼 주님을 위로하는 것이 됩니다.

“요즘 시대에 내 십자가를 꽂을 굳은 땅을 지닌 사람이 별로 없구나.” 주님의 말씀이 가슴에 저려옵니다.

이웃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것은 예수님을 위로하는 길입니다. 우리 주위에 아픈 이웃을 알고 있습니까? 비록 그 이웃의 부족함이 있다할지라도 그것은 그의 한계일 뿐이고 우리는 자비로써 이웃을 대해야 합니다. 못난 사람도 끌어 안아라는 말씀을 새기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