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섯 해 동안>

(2008. 11. 9 에제 47,1-2.8-9.12; 1코린 3,9-11.16-17; 요한 2,13-22)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약속은

벅차고 황홀합니다.

천사를 쫒아가서 ‘주님의 집 어귀’를 구경했던 에제키엘의 벅찬 감동을

느끼시는지요?

하느님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명의 힘을 느끼십니까?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나는 강,

바닷물이 되살아나고

온갖 과일나무의 잎이 시들지 않고

끊임없이 과일열매를 맺는 곳,

뿐만 아니라 과일나무의 잎마저 약이 되는 천국은

우리가 돌아 가야할 아버지의 집,

우리의 본향이라는 사실이 벅차지 않으십니까?

그날 예수님의 분노케 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성전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며

하느님의 전례를 위하여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자처한 자들이었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그분을 모시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분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을

새겨듣고 

기억할 뿐 아니라

실천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오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것 공을 들이고 아끼는 바로 그것

내가 가장 소중해 하는 것을 전부 ‘허물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십니까? 

‘다시 세우겠다’하시는 그분의 다짐을 들으십니까? 

세상은 하느님의 일에

하느님의 뜻에 무감각해져서 살아갑니다.

심각한 질병입니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삶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에 있습니다.

더 심각한 일은

신앙인들마저 이 무감각의 질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오라 

구하라 

맡기라 이르신 주님의 말씀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

의가 아닌 죄로 꾸며진 마음의 고통과 육체의 고통을

모두 그분의 손에 맡길 때에

전부를 새롭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신앙인들의 질병은

주님께 도저히 변명할 도리조차 없는 일입니다.

치명적인 환부가 되어 곪아 갈 뿐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보신 예루살렘의 성전은

멋지고 웅장하고 대단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의 눈에 전혀 귀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멋지고 대단하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주님께 귀하고 멋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하심이라 짚어 봅니다.

겉이 아닌 속을 보시고

우리가 겪는 영적 고통

죄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좌절감을

숨기고 눌러 둔 우리 마음을

고쳐 새롭게 하고 싶은 

그분의 안타까운 음성으로 듣겠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를 찾으신 주님께서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오신 그분께

과연 무엇을 보여드릴 지 따져 봅니다.

마흔여섯 해 동안 공들여 지은

자랑할 ‘무엇’을 가졌습니까?

마흔여섯 해 동안 혼신을 다해서 일군 

그 무엇이 있습니까?

참으로 

우리의 온 것을 바친 그 무엇이

세상의 것이 아니기를 원하고 또 원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분의 뜻과 어긋난

그 무엇도 용납하지 않으시고 

열정을 다해 쏟아 버리고 엎어버리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서 

교회의 일을 하는 뽑힌 자라서

그분께 봉헌된 자이며 그분의 몸 된 교회라서

이 사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하도 익숙해서

그분께서 주시는 평화와

구원의 감격을 잃는

무감각한 신앙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로 새깁니다.

찾아오신 그분께

큰 기쁨이 되는 우리의 삶이기를 바라고 또 소원합니다.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안팎을 

그분의 손길에 맡겨드림으로

귀한 그분의 성전,

그분의 눈에 아름다운 성전으로 거듭나는

귀한 축복의 한 주간이기를 소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