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치기, 얼음치기, 썰매타기, 얼음구멍 뚫어 고기잡기,  연날리기.......

비탈진 언덕에 얼어붙은 얼음이나 눈위에 낡은 비료포대 한 장이면 더 없이 즐거웠던-  그 시절!  그 겨울!!

손등은 얼어터져 허구헌날 피가 흐르고, 발은 매일같이 얼음구덩이에 빠져서 그 허술했던 양말과 고무신에다

달랑 하나로 한 해의 겨울을 나야했던 검은 색의 무명바지, 군데군데 불에태운 구멍들...... 집에가면 엄마에게 매타작!

그러고도 밤이면 전구에 뒤집어 씌워 꿰매지는 양말, 군데군데 천을 덧씌워 꿰매지는 바지...

갈라터져 피가 철철 흐르던 손을 온 가족의 소변을 모아 둔 오강의 오줌에 한 10여분씩 담궜다 자고나면 이튿날 아침

거짓말 같이 갈라진 손등이 아물고, 손이 부드러워졌던 그 아련한 기억들.

남의 집이고 우리 집이고 가릴것 없이 뒷곁에 묻어진 김치독을 열고 시뻘건 배추김치와 시원한 동치미 훔쳐다가

키득거리며 몰래 먹던 겨울밤의 그 온돌방 아랫목!

광속에 고이 숨겨두었던 씨감자.고구마 훔쳐다 구워먹던 그 구수한 맛에다......  다음날의 또 매타작!

홀로 사시던 할머니댁의 씨암탉까지 서리해서 쓱싹!!!  하고는 -  또 이튿날 온동네 아이들의 매타작소리!!!

텃밭에 구덩이 파고 묻어 두었던 무 서리 후 입구 구멍을 제대로 막지않아 묻어 두었던 무 모두 바람들어   또 매타작!

얼음 썰매 만든다고 멀쩡한 양철 물동이 아래의 고정용 테두리(두께 2-3mm의 철판을 34Cm로 잘라 돌려놓은 테)를

몰래 빼다 쓰고는  또 뒤지게 매타작!!!

과수원의 철조망 울타리 지줏대를 뽑아다 썰매를 만들다 또 매타작!!

그래도 그래도 즐겁기만 했던 -  아~~~  그 시절!!   그  겨울이여!!!

  종일 얼음을 지치다 목이라도 마르면 그 얼음 한 덩어리 깨어서 쭉쭉 빨아먹던  그 시원함!

집에서 몰래 훔쳐 온 씨감자. 고구마 모닥불에 구워서 호호 불어가며 먹던 그 잊지못할 맛!

밤에 얼음위에 주낚을 놓아 횡재로 오리라도 한 마리 걸리는 날이면 온 동네 애들 잔칫날.  적당히 오리의 털을 뽑고는

아버지께서 30여릿길을 걸어 5일 장날에 가셔서 설날을 위해 방문을 새로 바르시려고 사다 놓으신 한지를 훔쳐다가

털 뽑은 오리와, 그리고, 감자, 고구마, 그기에 쌀등을 따로따로 한지에 잘싸서 물에 푹 적셔서는 땅을 적당히 파고

그 바닥에 작은 자갈을 깔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넣고 그 위에 다시 작은 자갈들을 깔고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은 다음

그 위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한 두어시간 놀다가 꺼내면 오리구이, 고구마, 감자구이에다 주먹밥까지 꿀꺽!!!

그리고 집에가서 또 매타작!!!     아~~~  그리운 그 시절!!1  그  겨울이여~!!!

 나는 어릴적 부터 손재주가 있어서 팽이도 잘 깎았고, 자치기, 썰매, 연, 얼레등을 잘 만들었기에 모두 내 손수 만들었다.

또한 새끼를 잘 꼬아 매일 동네 사랑방에 어른들 새끼 꼬는데로 초빙(???)되어 가느다란 가마니용 새끼를 꼬면 어른들은

"허허~~ 고놈 참!! 새끼 잘 꼰다!!," 하시면서 집에 만들어 두었던 엿이나, 곳감, 강정등을 한두개씩 주곤했는데

그 맛에 매일같이 빨리 밤이 오길 기다렸던 기억들!!

그놈의 그 생뚱맞은 물음에 " 음~~ 글쎄다. 그건 비밀이지. 그래야 네가 설을 더 기다리게 되니까." 하고 왔다.

올 설날에는 그놈에게만은 내 어릴적 장난감이었던 아련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팽이와 연을 만들어 줄까 하여,

어제 그동안 낚시다니며 보아 두었던 횡성의 삼베 저수지 근처의 산에서 팽이 깎기에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 관솔가지와,

팽이채를 만들기 위해 싸리나무와 밭둑에 자생하는 닦나무 껍질을 조금 벗겨 왔다.

요즈음 줄로 돌리는 프라스틱 제품의 팽이들이 많이 있지만, 어디 소나무 굉이로 깎아 만들어 닦나무 껍질로 때려 돌리는

팽이에야 그 재미를 비할 수 있을소냐 싶다. 팽이를 예쁘게 깎아 그 윗부분에 물감으로 무지개색으로 점만 하나씩 찍어두면

팽이가 돌아가면서 멋진 무지개를 만들어 준다. 또한 아랫부분은 뾰족하게 깎아 그 중심에 둥근머리 못을 박아 주면 아주

잘 돌고 또 마모되지 않고 오래오래 가지고 놀 수 있다.

 연을 날리는 연줄을 감는 얼레(일명 연자세)는 직접 만들래야 자재도 , 공구도 없고해서 그 제작도면을 그려서 현장에

일하는 목수반장에게 보내서 구정 일주일 전까지 필히 만들어 놓으라고 엄명을 내려놓았고,  이제 연만 만들면 되는데.

한지는 시장에서 질 좋은 한지를 구해왔는데... 문제는 대나무(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고,

우리 어릴적엔 시노대라 하여 마디와 마디의 간격이 상당히 길어 연을 남들기에 아주 적당함)를  구하지 못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 두었다.

  연은 옛날 신라시대 때 부터 날렸다고 한다 (그 때는 군사용으로 날렸다고 한다.)

그 종류만도 70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내가 아는 연이나 만들 수 있는 연은 고작 2-3개 정도로 장자연. 꼬리연,

또 방패연인데 그 중에서도 나는 그 속도의 장쾌함이나 긴박감이 넘치는 방패연을 좋아하고 잘 만든다.

한지를 원하는 연의 크기로 직사각형으로 해서 한 가운데 보담 세로의 약간 윗 부분을 꼭지점으로 하여 한지를 깔대기

모양으로 말아 그 끝 부분을 적당한 만큼 잘라내면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생긴다. 그 잘린 끝 부분과 잘라낸 부분의 꼭지와

끝을 잉크나 먹물, 물감등에 살짝 묻혀서 펴면 이쁜 그림이 된다. 또는 중앙에 뚫린 구멍 윗부분에는 도깨비, 혹은 악마등의

뿔과 눈을, 구멍을 중심으로는 날카로운 이빨등을 무섭게 그려넣기도 하고(연싸움시에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위해) 혹은

예쁜 나비를 그려 넣기도 한다. 방패연은 상부 양쪽 귀퉁이와 가운데 세로살의 하부 적당한 곳을 택하여 삼발형태의

목줄을 매어 그 중심을 잡는것과 동시에 바람을 잘 탈수 있는 각도를 잡아 바람을 잘 타고 중심이 잘 잡히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연줄은 무명실 한 타레를 준비하여 사금파리(사기그릇 깨어진 부스러기)를 줏어다 잘게 빻아 가루를 만들어 그 가루를

찹살가루(예전에는 집집마다 바느질용이나 한복에 풀을먹이기 위해 조금씩 보관했다,)를 썪어 걸죽하게 풀을 쑤어 연줄에입힌다. 실에 찹쌀가루 풀을 먹이면 연줄이 질겨지고, 그기애다 사금파리 가루를 입히면 연싸움시에 그 연줄에 다른 연줄이 닿기만 하면

톱날에 쓸리듯 싹뚝하고 잘려저 나간다..그 때의 그 통쾌함이란마치 천하를 정복한들 그 기분일까 싶었다.

 방패연이 하늘로 솟아 올라 보일락말락 높이 그리고 멀리 창공을 헤엄친다. 

얼레를 곤두세워 한 없이 줄을 풀어주다가 다시 한 번 연줄을 확 나꿔채면 방패연이 금시 땅으로 쳐박힐듯 급강하다가

다시 불쑥 솟구치며 쪽빛 하늘을 헤엄치는 것을 보면서 어린 가슴의 꿈이 무한대의 공간속에 부풀어 환성이 터지곤 했다.

오는 설날에는 어린 조카놈을 핑계로 그 시절 그 겨울의 동심으로 돌아가 저 푸른 창공에 방패연을 띄우고, 손등이 갈라져

피가 나도록 팽이치기나 해 볼까 하는데.-

 어디 마땅히 연하나 띄울 공간조차도 이 도시의 하늘에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