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는 이미 예수님을 배반했고 그런 나쁜 마음을 꾸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늘 하시던 대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병자들을 치유하고 악령을 쫓아내셨지만 유다는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보고서도 결국 마음을 굳혀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사랑한다면 돈을 밝힐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하느님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왜 악을 가로막지 않느냐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예수님은 유다를 가로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의중에 품은 생각을 드러내면서 그를 수치스럽게 하고 도망가 버리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악을 자신에게 저지르도록 하십니다. 그건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하느님이 인간의 의지에 개입하는 순간 모든 인간의 ‘사랑’은 그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난해한 내용이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자유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자유 의지가 없으면 사랑도 없습니다. 컴퓨터는 인간을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오직 온전한 자유를 지닌 인간만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유’에서 증오와 죄악도 파생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느님이 인간 의지에 개입하여 ‘악’을 없애는 순간 우리 안에 내재된 사랑도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는 악을 저지를 수 없는 존재들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그런 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새하얀 방에서 제 멋대로 휘젓고 놀아도 옷에 얼룩이 생기지 않는데 옷을 깨끗이 유지한 것이 무슨 상을 받을 거리가 되겠습니까? 깨끗하게도 더럽게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깨끗함을 유지한 것이 칭찬받을 만한 일이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유다가 하려는 일을 하게 내버려두십니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이 하려는 일을 하고자 하시지요. 유다에게 죄를 짓는 것이 자신의 자유였던 만큼, 예수님은 그 죄를 끌어안고 죽는 것이 자신의 자유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구원을 얻게 된 셈이지요. 유다도 예수님도 모두 스스로의 선택으로 그리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