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후에 예수님이 제일 처음으로 언급한 구체적인 장소입니다. 갈릴래아는 요셉 성인과 성모님이 머무르시던 곳이며 예수님이 처음 복음을 선포한 곳이고 호숫가에서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신 곳이며 그곳 가나에서 처음 표징을 일으키신 곳이기도 합니다. 가장 작은 마을이었지만 은총이 가득한 마을이었지요. 복음서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별다른 구경거리가 있거나 동네의 규모가 크거나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특별함은 내적인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특별함을 지닌 곳들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특별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집안에 마련된 소박한 기도상이 그러하며 성당에 마련된 성체조배실이 그러하지요. 하지만 단순히 그런 장소가 화려하게 장식되어서가 아니라 그 거룩한 성소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기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으로 세상 사람들은 그곳을 꾸미는 데에 든 인테리어 가격, 공을 들인 시간, 예술품 따위를 꼽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곳들이 ‘관광 명소’가 되어가지요.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명소들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이 가득한 곳, 신심이 흘러 넘치는 곳’입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그런 곳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게 마련입니다. 아니, 알려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 밖이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아는 권력가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곳입니다. 그따위 곳에서 뭐가 대단한 것이 나오겠느냐고 생각하던 곳이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뜻은 달랐습니다. 하느님은 가장 보잘 것 없고 초라한 곳에서 당신의 역사를 새로이 쓰셨습니다.
우리는 어떤 장소를 선호할까요? 볼리비아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무조건 우유니를 찾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 상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곳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제가 사는 이곳을 꼽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꼽겠습니다. 그러나 누가 그런 데에 관심이나 두겠습니까? 누가 그런 더럽고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한 곳에 가고 싶어 하기나 하겠습니까? 그래서 그곳은 저만의 성소가 되어가는 셈이지요. 제가 예수님을 만나는 지성소가 되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