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사랑하지 못하면 나머지 모두를 잃는 거라구. 하느님 사랑 다음에 나머지 것들이 따라올 수 있어. 하느님을 사랑하고 난 뒤에 동료 사제와의 관계, 그리고 내가 사목하는 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그들을 사랑해야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선교사는 ‘선교’하러 온거야. 다른 뭔가를 하러 온 게 아니라구. 선교사가 편하게 지내려면 얼마든지 편하게 지낼 수 있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거지. 예컨대 오늘 미사도 원치 않으면 안가도 그만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러나 내가 이 미사를 가고 피정에 참석하고 하는 건 바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야.

우리는 이방인 사제로서 현지 교구와 아무런 연계 없이 일할 수 있어. 그냥 본당 안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미사만 드리고 우리 한국 신부들끼리 재미난 시간을 보내면서 지낼 수 있지. 하지만 사람들은 머지 않아 자신들을 사목하는 신부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될거야. 그가 정말 소극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일하는지 말이지. 왜냐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시내에 일을 다니고 친구들이 있으니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단 말이지. 교구에서 정말 좋은 뜻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우리가 교구 행사에 나가지도 않고 아무런 연계성이 없이 지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머지 않아 우리가 교구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일하는 닫혀 있는 이들이라는 걸 눈치채는거야.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할 필요가 있어. 우리는 안락하자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맛있는 음식을 찾고, 좋은 휴양처를 찾아서 여기 온 게 아니라구. 우리는 ‘선교’를 하러 온거야. 선교를 위해서 그런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것들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지. 그리고 사람들은 말은 안하지만 이미 눈치채고 있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거라구 말이지. 영어책을 보는 이유는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보는게 아니라 영어책을 보려고 노력해서 영어를 할 수 있게 되는거야. 선교도 마찬가지야. 힘들고 싫다고 피하기만 한다면 그건 영영 할 수 없게 되는거야. 처음부터 말을 잘하고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이 누가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하니까 나중에는 되는 거라구.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형성된거야.

너를 선배 선교 사제들과 비교하려 하지 말아. 왜냐면 그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는 이미 수년을 지내 왔고 너는 이제 금방 여기 도착한걸. 네가 향후 어떤 모습이 될지는 너에게 달린거야. 너도 2년이 지나고 7년이 지나면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선교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선택은 아무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아. 바로 너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지. 지금 너보고 뭔가를 제대로 못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다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해. 그러면 나중에는 좋은 선교사가 되어 있을거야.

이 곳에 영원히 살 사람은 없어. 우리는 언젠가는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게 되어 있지. 그러니 힘들겠지만 투덜대지 말고 잘 받아들이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