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의 파스카 만찬은 오직 한 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매년마다 이루어졌지요. 오늘날 우리의 만찬은 너무나 자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마다 ‘미사’가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둔감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미사가 처음부터 이렇게 자주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일미사라는 개념은 후대에 생겨난 것이지요. 신자 수가 늘면서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해서 고심하다가 평일에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로써 엄청난 은총의 보화를 날마다 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자신들이 어딘가에 짖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에 미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해방도 체험할 수 없는 것이지요. 주일마다 미사에 가지만 그 어떤 별다른 감흥이 없는 이유는 사실 그대로 그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사제의 인격을 통해서 그 미사에 함께 하시며 당신이 직접 미사를 거행하십니다. 그리고 빵과 포도주를 들어올려 당신의 몸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기억하라고 하시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만찬을 통해서 우리를 어둠의 상태에서 구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이들은 ‘표식’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마치 구약의 양의 피를 통해서 재앙을 피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 새로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고 간직함으로써 다가올 영원한 징벌을 거뜬히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 가치를 모르고 제멋대로 받아모시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어두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받아모시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몸과 피는 우리의 육신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데도 단순히 외적으로 그 예식을 흉내만 내면 구원을 받는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냥 판공만 보고 주일미사만 빠지지 않은 채로 성체만 어떻게든 입에 넣으면 자신은 훌륭한 신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신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을 우리 삶 안에 받아 모신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변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황님을 곁에 모시고 다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 우리가 섣불리 하던 많은 행동들이 변화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헌데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입으로 받아 삼키고는 과연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