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연 중에 우리의 내면에 든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똥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고 사탕을 보고 화색이 돌면서 절로 우리의 선호도가 드러나게 되지요. 자신이 싫은 것을 아무런 내색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성인들에게도 선호도는 뚜렷했습니다. 성인들은 더러운 걸 즐기고 고된 걸 반기신 게 아닙니다. 자신들은 싫으면서도 그것을 ‘의지적’으로 극복한 것이지요. 가난한 이들과 함께 머무르고 그들을 위해서 온 마음을 쏟으면서 자신의 인간적인 ‘선호도’를 의지적으로 거부하고 영적인 선호도를 선택하신 셈입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선호도가 바뀌어 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외적인 것, 육적인 것의 선호도, 반대로는 거부감이 극복되는 것입니다. 즉, 몸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보다 소중한 이웃을 위해서 나의 선호도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고, 반대로 몸은 여전히 더럽고 고생스러운 것을 기피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영적인 것이 보다 실제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가 드러내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도 커지는 것이지요. 예수님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분이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간절히 찾는 것 외에는 다른 데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보기만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분별하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여전히 우리들은 ‘가식적’으로 살아갑니다. 아닌 척, 그런 듯 살아가지요. 전혀 착하지 않은데 착한 척을 하고, 하느님 따위 아무래도 좋은데 신심 있는 척을 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 모든 것을 모두 지켜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주님은 그 안에 들어있는 참된 것을 금방 분별해 내시고 당신 자녀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