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영적 아버지인 이유는 신앙인들의 영혼을 이끌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이고 그렇게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의학 지식만을 갖추고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 이는 학자일 수는 있어도 의사일 수는 없고, 모든 공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나무를 들고 자르지 않는 이를 목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제는 사제로서 일을 할 때에 사제이고 사제의 일은 ‘성사와 전례’ 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현세적 자리를 대신하는 목자의 자리입니다. 목자로서 양들에게 좋은 풀밭을 찾아주고 양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지요.
“너는 이스라엘의 스승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느냐?”(요한3,10)
예수님이 니코데모라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합당한 소양을 갖추지 못해서 예수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습니다.
과연 사제는 어떤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해박한 신학 지식? 전례에 대한 총체적 지식? 리더쉽? 충만한 인격적 소양? 정직성과 성실성과 책임감?
사실 모두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예수님의 마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 달리 말하면 ‘성령’을 지닌 사람이라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것을 뽑아낼 수 있을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기꺼이 채워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제, 성령을 지닌 사제, 거룩한 사제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제들이 일하는 모습만 보아도 같은 성령을 지닌 이들은 모두 흐뭇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성모님의 방문에 아직 뱃속에 아기에 불과한 세례자 요한이 기뻐 뛰논 것과도 같은 셈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