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의 부탁으로 간단히 설명해 드립니다.

- 그리스도인이 주일을 지키고 공동체에 속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 질문은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 표현됩니다. ‘나는 교회 없이도 하느님하고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니 굳이 그런 곳에 안나가도 괜찮아. 나는 하느님이 가르치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교회를 나가지 않더라도 훌륭한 신앙인이야.’

우리는 왜 교회에 속해 있고 교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이루어야 하는 걸까요? 마치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인 마냥 교회에서 요구하는 것에 얽매여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는 내가 원하는 때에 하느님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하느님은 과연 무엇을 원하셨을까요? 아니, 도대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그분의 뜻을 알 수 있는 거지요? 그분은 아무 말씀도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과연 그분은 무슨 말씀을 하기는 하시는 걸까요?

사실 이 질문은 여러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질문입니다. 단순히 ‘이거다’ 혹은 ‘저거다’ 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아니지요. 하지만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하느님을 정하고 그분이 이러저러한 것을 시킨다고 만든 것이 아니지요. 바로 하느님이 그 시작입니다. 하느님이 먼저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안에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만드셔서 우리를 다시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시는 것이 기본 구도입니다.

헌데 인간들이 하느님께로 돌아가기보다는 세상에 들어붙어 있기를 선택해버린 것이지요. 영원보다 찰나를 선택한 셈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의 존재를 일깨우고 인간들의 그릇된 선택을 일깨우려고 예언자를 보내셨지요. 그러다 안되니 결국 당신의 외아들, 당신과 같은 하느님의 신성을 지니신 그분을 보내신 것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교 구원 역사의 짤막한 요약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운명을 아셨고 그 마지막이 수난과 죽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제자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교회’를 이루신 것이지요.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사명을 지닌 이들이 바로 교회의 첫 구성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일을 계속해나갈 사명을 맡기셨지요.

그래서 ‘교회 공동체’라는 것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외아들을 알며 하느님의 뜻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함께 그 지체에 참여해서 남은 사명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지요. 교회의 존재는 우리의 선택의 여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지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공동체이지요. 여전히 순례를 계속하는 이들이며 죄인들의 공동체이고 하느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분의 지체인 것입니다.

결국 여기에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나는 똑똑해서 하느님의 뜻을 알기에 홀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은 무지에서 나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는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셨는지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사고에 사로잡힌 가련한 인간존재일 뿐입니다. 그는 지적으로 타인들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해서 자신이 결정하고 이행하는 것이 가장 옳은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교회의 오류를 보면서 교회 공동체는 그닥 함께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생각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교회는 의인들이 완벽하게 사는 공동체가 아니라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저마다 부족함을 지니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장점을 살려 함께 가꾸어 나가는 공동체이지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이 공동체에 자신의 역할을 보태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신앙은 결국 교회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저 받기만 할 뿐 내어주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이기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 노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은 자신이 늘 접하고 보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구축합니다. 헌데 한 사람이 일년 내내 누구를 만나지도 않으면서 그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누구를 사랑한다면 그를 자주 보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 인간이 하느님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하느님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접하지 않는다면 그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주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하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외아들의 희생의 결정체인 몸을 나누어 받아 우리가 실제로 신앙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얻기 위함입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은 동아리 활동이나 사회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앙을 ‘휴머니즘’ 차원에서 이해합니다. 그저 다른 이를 사랑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되는 ‘수단’정도로 생각하지요. 이들은 교회의 영적인 차원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이들입니다. 물론 인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참된 신앙인은 그 힘의 원천을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서 얻어냅니다. 인간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사랑할 뿐이지요.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은 ‘죄인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셨고 우리 교회는 그 사명을 이어받아 잃어버린 양을 찾는 이들입니다. 이는 휴머니즘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휴머니즘, 인간애는 가련하고 불쌍한 사람은 사랑하려고 들지만 악한 이들마저 사랑으로 다시 하느님의 품에 돌이킨다는 개념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려는 아버지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겉으로는 박수를 쳐 주긴 하지만 속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연쇄 살인범은 사지를 찢어 죽여도 성이 차지 않는 것이지요.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고 그분의 뜻을 이행하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쫓아 다니는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을 바라고 그것을 쫓아다니는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주일을 지키고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하느님께서 그것을 바라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