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비유’라는 흐릿한 수단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짙은 구름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직사광선은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가 짙은 구름 속에서 너에게 다가가겠다. (탈출 19,9)

하느님이 당신을 가리는 것은 우리를 위한 배려인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가르침을 알아듣기에는 너무나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살과 피가 된다는 가르침을 주었을 때에 그 똑똑하다는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미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믿음이라는 것은 어리석음인 셈이지요. 오늘날에도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간주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신앙 진리들은 ‘아편’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어눌한 민중을 농락한다고 믿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구체화한 학문 속의 신앙이야말로 신앙의 정수라고 생각하지요. 이처럼 신앙의 참된 진리는 세상의 유력한 자들에게는 도리어 가리워져 있습니다. 반대로 세상의 철부지들이 더 깨달음을 얻고 신앙에 다가가는 일이 빈번합니다.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마태 13,15)

많은 이들이 신앙을 찾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찾는 것은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 ‘자신의 구미에 맞는 무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들은 신앙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무언가를 신앙이라는 수단으로 강구할 뿐이지요.

비유로나마 그들이 마음을 열고 구름을 넘어서 계시는 하느님에게 이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반대로 비유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에게는 별다른 희망은 없는 것이지요. 레벨 1에서 실패했는데 만랩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