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Facebook에 jinwoo ma 신부님의 글
수치스러움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치부를 드러내었을 때에 수치스러움을 느낍니다. 가리워져 있던 나의 것이 드러날 때에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은밀한 부위는 언제고 가리고 다닙니다. 화장실이나 목욕탕이 아니면 드러내지 않지요.
다른 한 편 우리의 수치는 대중적인 인식에 근거하기도 합니다. 남미에서는 샌들을 신고 성당에 와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큰일날 일이지요. 한국에서는 욕탕에서 옷을 입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 외국 사람들은 사우나에 가서도 속곳은 꼭 가립니다.
따라서 수치스러움에는 두 가지 면모가 있는 것입니다. 즉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을 드러내었다는 나의 인식과 다른 한 편으로 주변 사람들이 부끄럽다고 하는 것을 내가 받아들인 인식의 두 가지입니다.
헌데 때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분의 의견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시지요.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는 옷을 입고 다니지만 하느님 앞에서 벌거벗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속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하느님은 모두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내면의 흐름은 무시한 채로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게 됩니다. 이는 방향이 틀려먹은 수치입니다. 우리는 반대로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나의 내면을 읽으시게 두고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는 거짓 그리스도인들은 훗날 크게 부끄러움을 당할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모두 죄인이라고 그릇된 사람이라고 낙인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야말로 고귀한 내면을 지니고 있던 사람도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될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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